`승부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이민법 개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 문제에 정치적 베팅을 할 태세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00년간 메스를 가하지 못했던 건강보험제도의 대대적인 개혁에 성공한 경험과 여세를 몰아 `휘발성’이 강한 이민법과 한미FTA 문제를 연내에 매듭짓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그간 공을 들여온 금융개혁법안이 30일 하원을 통과, 상원의 표결처리만 남겨두고 있는 정치적 환경도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주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국정현안을 뒷전으로 미뤄놓는 관행과는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적극적인 비전제시를 통한 여론조성을 통해 해묵은 국정현안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오바마 대통령은 1일 워싱턴D.C.의 아메리칸 대학에서 포괄적인 이민법 개혁을 적극 세일즈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연원은 이주민들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땜질식 이민법을 방지하고, 이민정책의 `분명한 국가기준’을 세우자"며 이민법 개혁을 의회에 강력히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법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아는 일"이라며 "불행하게도 이민법 개혁은 정치적인 입장과 특수 이해집단의 싸움에 저당잡혀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나와 민주당은 이민법을 진전시킬 준비가 돼 있고, 상당수 미국인들도 그럴 것이지만 문제는 이민법 개혁이 공화당의 표가 없으면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이라며 공화당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했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층의 커다란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민법 개혁을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 밀어붙이기로 한 배경에는 점점 더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히스패닉 유권자들을 끌어안기 위한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008년 대선에서 히스패닉 유권자 가운데 3분의 2가 오바마 당시 후보에게 표를 던졌으나, 대선공약이었던 이민법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데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든 민주당 쪽에 우호적으로 돌려놓기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약진해 내년초 구성될 새로운 의회에서 공화당의 의석점유비율이 높아질 경우, 이민법 개혁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판단 아래 중간선거 직후 `레임덕 회기’에서 이민법을 처리하겠다는 시간표도 세워놓고 있는 상태다.
이와는 별개로 한국과 미국 정부 사이에 3년전 체결됐던 한미FTA에 대한 의회 비준동의 움직임도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치적 승부수로 여겨진다.
일단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기반인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한미FTA의 쟁점을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 때까지 매듭짓고, 내년초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것은 외견상 득보다 실이 커보인다.
당장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 최대노조단체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이 성명을 내고 한.미 양국간에 FTA와 관련한 추가협의가 이뤄지게 되면 자동차 문제뿐아니라 투자, 정부조달, 서비스 관련조항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해야 한다며 오바마 행정부을 몰아세운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계산을 전혀 하지 않고 `순수한 뜻’으로만 한미FTA 비준동의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간 미국 내에서 수정요구가 끊이지 않아온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오히려 노조의 지지를 확실히 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득실을 충분히 계산한 뒤 이런 발언을 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동기와 배경이 어떻든 일단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건강보험개혁 화두를 던져 한여름을 뜨겁게 달궜듯이 이번 여름에도 이민법과 FTA 문제가 하한(夏閑) 정국의 핫이슈로 부상할 조짐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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