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정 목사 한빛지구촌교회 예배 디렉터 CCM 남성듀엣 좋은씨앗
어떤 한인교회의 주일예배시간이다. 11시 대예배 시작 전 15분부터 이 교회 경배와 찬양 팀이 찬양을 시작한다. 성도들이 꾸역꾸역 예배당으로 들어오고 있어 약간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찬양이 진행되고 있다. 예배시작 3분전 즈음, 열심히 찬양을 인도하던 찬양 팀과 인도자는 마지막 곡을 마무리하고 무대 밑으로 내려간다.
그때 그날 예배를 인도할 사회자가 강대상으로 올라와 예배시작을 알리는 종을 치고 멘트를 한다. “묵도하심으로 예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 광경은 1990년대 초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 최근 한 이민교회의 주일 대예배 광경이다.
이러한 모습은 80년대 전국적으로 일어난 찬양운동 때부터 최근까지 어느 정도의 지역적 편차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현상 중의 하나다. 박정관 목사는 80년대 찬양운동은 과거의 찬양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뼈있는 일언을 했다.
60년대에도 부흥회에서 뜨거운 찬양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성도의 마음을 열고 말씀을 듣기 위한 준비찬송 개념이었다. 그러나 80년대의 찬양운동은 찬양자체가 예배라는 인식의 대전환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교회들이 경배와 찬양을 준비찬양 정도로 인식한다. 한때 모 교단에서는 아직도 복음성가를 대예배 때 부를 수 없는 질 낮은 음악으로 판단하고 사용 금지령 지시를 내렸었다.
칼빈은 음악이야 말로 마음을 감동시키고 우리의 도덕성을 고상하게 하는 신비한 능력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또한 음악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오락과 즐거움을 위해서 베풀어 주신 여러 가지 은총들 가운데 하나님이 가장 크게 생각하는 것이라 했다. 더욱이 그는 예술이 대중을 즐겁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내려앉을 때라도 이러한 유의 즐거움을 부정해서는 안 됨을 역설함으로 음악에 대한 일반적인 가치를 인정했다. 참으로 재미있는 사실이다. 가장 보수적인 장로교의 창시자가 대중음악(?)의 가치를 인정했다니 말이다. 그러나 그동안 대중음악에 대한 전통적인 교회의 평가는 지나친 이원론적인 잣대를 가지고 마구 칼질을 해 왔다.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기독교음악을 퇴보케 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나아가 세상과 담을 쌓고 우리 끼리만의 고립된 음악세계 속에서 만족을 추구하게 되었다.
게다가 교회에서 조금이라도 세속적인(?) 냄새가 나는 음악을 사용하면 영적이지 못하다고 정죄해 왔고, 그러한 음악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불안해하면서도 용감하게 즐겨왔다. 이러한 싸움은 복음성가, 찬양과 경배음악이 한국 땅에 시작된 이래 30여 년간 계속되어 왔고 아직도 선명한 방향제시가 이루어 지지 않고 있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예배 준비는 있지만 준비예배는 없다. 예배가 시작되기 전까지 정성을 다해 예배를 준비해야 하지만 일단 예배가 시작되면 그것은 예배 자체이지 준비예배란 있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15분간 찬양을 위해 정성껏 선곡하고, 편곡하여 연습, 리허설을 하는 등 찬양준비는 있지만 일단 찬양이 시작되면 그 찬양은 예배에 준한다. 바울도 히브리서 13장 15절에서 찬양 자체를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요, 예수 이름을 증거하는 입술의 열매로 보았다.
준비찬양이란 해괴망측한 용어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배 시작 전 꼭 10분 정도 찬양을 함께 드리고 싶다면 준비찬양이란 용어를 빼라. 그리고 ‘찬양 배우기’ 또는 ‘성소를 향한 찬양’, ‘보좌 앞에 나아가는 찬양’ 등 예배를 향해 찬양으로 나아가는 의미 있는 이름을 붙여 사용하는 것이 무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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