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에 지쳐 무기력함을 느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그 삶에서 잠시 벗어나는 일. 우리의 참 마음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바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여행하는 일이다. 그 자체가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에서 그동안 당연시 해오던 보는 일, 듣는 일, 말하는 일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선명해지는 순간, 행복이 시작된다.
여행을 가지 않고 삶에서 한 발 물러나 관조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선(禪)을 하는 것이다. 영어로 선원(禪院)을 ‘retreat center’ 라고 한다. ‘retreat’은 ‘물러나다’ ‘후퇴하다’라는 의미의 영어단어이다. 전장에서 물러나고 후퇴 하는 것은 부정적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우리 삶에서 한 발 물러서는 것은 오히려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한 발 물러서는 용기 뒤에 생긴 여유가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삶에서 의미를 찾게 한다.
물러남은 바로 일상적인 생활 습관으로부터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것이다. 하루를 살면서 우리는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미국의 한 심리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보통 사람들은 5만에서 6만 가지의 생각을 하는데 이 중 85%는 부정적인 생각이고, 15%만 긍정적인 생각이라고 한다. 부정적인 생각 중에서 40%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고민해도 별 소용이 없는 일에 관한 것이라고 하니, 우리가 얼마나 불필요한 일들에 에너지를 쏟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괴로움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지 알 수 있다. ‘retreat’은 바로 이 오만가지 생각으로부터 물러나는 것이다.
누구나가 자신의 들이쉬고 내쉬는 숨에 잠시 집중하노라면 5만 가지의 생각은 가라앉고, 그 숨 사이에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꼭 숨에만 집중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글을 쓸 때 타이핑을 하는 그 손에 집중을 할 수도 있고, 노래를 들을 때 듣는 것에 집중해도 좋다. 처음 집중은 약간의 긴장을 필요로 하나 시간이 지나면서 긴장은 사라지고 집중하는 그 자체만이 남는다. 이 상태의 마음은 고요한 가운데 두렷하게 깨어있음이 된다. 이것을 산스크리트에서 삼매(Samadhi)라 한다.
이 평화가 오래 지속됨이 바로 선이다. 이것이 바로 삶의 무게로부터의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 자신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말을 할 때, 말을 하는 줄 알게 되고, 먹을 때에는 내가 먹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화를 내기 전, 내 마음에서 화가 나려고 하는 모습도 선명하게 사진처럼 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맑은 물속에 드러난 나 자신을 지켜보는 선 공부이다.
얼마 전, 카멜 삼보사의 주지스님이신 대석 스님의 따뜻한 배려로 원불교 서부교구 청소년 훈련을 삼보사에서 할 수 있었다. 아름답고 고요한 자연 속에서 3박 4일 간의 짧은 선 훈련이었지만 아이들은 이 기간을 통해서 점점 깨어있지 못한 자신의 삶 속에서 깨어나기 시작하였다. 마지막 날, 아이들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자신을 새롭게 관조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리라. 이렇듯 삶에서 한 발 물러나 나 자신과 내 삶을 진정으로 깊이 성찰하고 바라볼 수있는 시간이 우리 현대인들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
올 여름 휴가엔, 나 자신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면 어떨까. 종교를 떠나서 삶에서 새로움과 행복을 갈망하는 사람이라면 ‘retreat center’를 한 번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행을 하는 것도 좋다. 이러한 특별한 기회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처해있는 곳에서 가만히 숨을 쉬고 내 쉬고 하는 것에 집중함으로 인해 느끼는 평화를 만들어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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