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노인문제 다룰 상담소 설치・운영 시급
‘고령화 사회’ DFW 지역에만 1만여 명의 한인노인이 살고 있다. 90대를 바라보는 연령대에 수십 년 전 이민 온 1세대부터 최근 자녀를 따라 태평양을 건너온 초청이민 노인까지 그 형태 또한 다양하다.
본보는 달라스 동포사회 한인 노인문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건강한 한인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연중 켐페인을 기획했다. <편집자 주>
“내 인생이요? 80평생 변한 게 있었나요? 자식・손주들 건강하고 탈 없이 잘 지내면 그걸로 만족이죠.”
당신들의 인생은 가슴속에 묻어두고 자식을 위한 희생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면서 평생을 걸어온 우리네 부모들이다. 당연히 부모는 자식들을 위해 끝없이 희생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살아왔다.
뉴욕 플러싱 소재 ‘가정문제 연구소’ 레지나 김(70) 소장은 자식하나만을 바라보면서 평생을 살아온 한국 노인들의 삶의 만족도는 서구 선진국에 비해 절반수준에 그치고 OECD 평균인 43%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28%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김 소장은 “노인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제, 미주 한인 동포사회에서 노인문제를 묻어두기에는 사안의 중대성과 절박성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8년 전 경기도 의정부에 살다가 미국으로 이민 온 김(87)할머니. 그는 남들이 살기 좋다는 미국땅에 와서 말 못할 고생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식당을 경영하는 아들내외가 생업에 바빠 얼굴도 제대로 보기가 힘든 나날속에 묻혀산다. 집안 청소와 세탁에다 방학을 맞은 손자 손녀들 3끼니를 꼬박꼬박 챙겨주고 저녁 늦게까지 돌봐야 하는 등 가정부 보다 더 힘든 생활을 몇 년째 하고 있다.
김씨는 기력도 달리고 솔직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독립해 따로 나가 살고 싶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고 있다.
달라스 한국노인회 김운하 재무이사는 “자식들과 동거하고 있는 달라스의 많은 한인 노인들 중에는 따로 아파트를 얻어 독립하고 싶지만 그들을 가로막는 수많은 장애요소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한인 노인들의 홀로서기를 가로막는 1차적인 장애는 부모를 모시던 아들이 자신의 체면을 내세워 독립자체를 반대하는 경우라고 한다. 여기에 차운전 문제와 친구의 부재, 언어 장벽, 문화적 이질감 등이 그들을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옭아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운하 재무이사는 따라서 “이러한 노인문제를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다루고 해결해 줄 수 있는 ‘가정문제 상담소’를 시급히 설치 운영해야 한다”는 지론을 펴고 있다.
김 이사는 “상담소는 효자・효부상 제정 등 미담사례 발굴뿐만 아니라 한인 노인취업, 황혼이혼, 고부간 갈등, 가정폭력, 여가생활 즐기기, 이성 친구 만들기, 심지어 노인 성문제에 이르기까지 노인과 관련된 모든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간단한 서류작업, 병원방문, 관공서 업무, 각종 법률서비스, 그리고 노인들이 놓치기 쉬운 공공복지 수혜절차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지원시스템을 준비, 동포사회가 조치해야할 내용이 있으면 단합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국 달라스 한국 노인회장은 “노인회가 주체가 돼 관련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도록 동포사회가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미주 한인 커뮤니티에서 노인문제는 단순히 노인 개인차원을 떠나 한인가정과 직결된 문제로 부상되고 있다.
‘노인이 건강해야 동포사회가 바로설 수 있다.’ 오늘을 사는 달라스 한인사회에던져진 과제다.
<박명환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