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가 병마개를 따도 잠글 방법을 알고 따는 데, 하물며 세계 굴지의 석유회사에서 막을 방법도 모르고 유정을 팠다면 사기극을 벌인 것 아니에요?”
지난 4월20일, BP 유전이 터진 이래 하루 7만 배럴에 달하는 기름이 계속 쏟아져 나오자 아내가 정곡을 찌르는 말을 했다.
천문학적 이윤을 내고, 기술도 세계 첨단이라는 석유재벌, BP가 그 동안 시도했던 해결 방법들이 모두 실패했다. 탑햇이니 탑킬이니 해서 철골시설물로 유정에 마개를 씌우거나, 직접 뻘을 유입시키려 했던 기술들이 고압으로 분출되는 기름을 막아내지 못했다. 심해 유전이어서 생각보다 어렵다고 변명하고 있다.
BP가 안전기술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조건으로 당국의 허가를 받았으면 사기를 쳤다는 비난도 무리가 아니다. 이제 남은 방법은 두 개의 릴리프 파이프를 사고 유정과 교차되게 파는 것이다. 이 파이프를 통해 고압을 분산시키고, 콘크리트를 부어 기름유출을 막을 계획이다.
그런데 이번 대형 재난의 원인이 단순한 기술문제보다 더 심각한데 있음이 연방의회 청문회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석유기업의 과욕과 이를 옹호하는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지금 석유회사들은 싼 석유에너지 공급 외에 별 대안이 없는 정부로부터 가장 큰 세금 혜택과 보조를 받고 있다. 이들의 투자 과세율은 9%에 불과하다. 다른 기업들의 25%에 비해 1/3 밖에 안 된다. 부시행정부 땐 무려 26억 달러의 정부무상보조금을 승인하는 에너지법안이 통과됐다.
그럼에도 막강한 정치력과 재력을 바탕으로 로비를 동원, 석유사업 곳곳마다 세금특혜와 함께 환경법의 규제를 비켜 가는 예외조항을 만들어 놓았다. 그 결과, 이들을 감독하는 연방 자원관리국(MMC)은 아무 실권 없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이런 구조 하에서 BP를 위시한 대형석유회사들은 안전수칙을 무시해가며 수익률을 올려왔다고 한다.
이번 사고의 가장 큰 희생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멕시코만의 생태계이다. 5월 초 부터 기름띠가 루이지애나 근해 조류 보호지를 오염시키기 시작했다. 번식기인 펠리칸 등 바닷새들과 어족들이 죽어간다. 6월엔 유막 형태로 바다에 떠다니던 기름띠가 타르 볼로 굳어져 미시시피, 알라배머, 플로리다 해안까지 밀려왔다. 유명한 불루핀 참치들이 위협받고 있다. 7월엔 기름 범벅이 돼 죽은 멸종위기 보호종 바다거북 425마리가 미시시피 크리스천 패스 해안에 떠올랐다.
바다 밑의 피해도 못지않다. 기름띠를 희석시킨다고 뿌린 950만 갤런의 화학 유화제의 독성은 생태계에 치명적이라고 한다. 급한 김에 뿌렸지만 생물에 끼칠 장기적 폐해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화학물질과 기름띠들이 바닷물에 용해된 산소를 앗아가는 것이다. 기름 처리를 위해 방사한 미생물들도 급속히 번식하면서 산소를 감소시킨다. 그 결과 바다 속은 산소 없는 사막이 되고 만다. 생물이 살 수 없는 바다의 무덤이 된다.
욕심이 죄를 낳고, 죄의 삯은 곧 사망이라고 했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바다와 강과 땅이 무덤으로 변해 가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 무덤에 마지막 누울 자가 누구인가?
김희봉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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