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회의원의 ‘여성 비하’ 발언이 언론은 물론 인터넷상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지난 16일 대학생들과 행사를 끝내고 뒤풀이 자리에서 그가 뱉은 말들은 여성들이 듣기에 즉각 거부반응이 오는 말들로 점철되어 있다.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이 아나운서를 지망한다는 한 여학생에게 한 말. “아나운서는 몽땅 줘야하는데 할 수 있겠느냐?”
그 말 외에도 “토론할 때 패널 구성은 못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 이러한 구성이 최고다. 그래야 시선을 잡을 수 있다” “심사위원은 외모가 뛰어난 학생에게 관심을 둔다” 등 차마 입에 올리기 민망한 말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한국아나운서연합회가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했고 한나라당 윤리위원회는 그를 제명했다. 비단 이번 일 말고도 장관, 국회의원, 교수들의 여성 비하 발언과 성희롱이 종종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왔다.
나 역시 직장 생활 30여년을 해오는 동안 수많은 여성 비하 발언과 성희롱 사건을 보아왔다. 80년대 초였다. 남자 사진기자와 여자 기자가 패션 화보 촬영을 하다가 일이 진행이 잘 안되며 서로 다툰 일이 있었다. 성질 급한 남자 기자는 짜증을 내는 여기자에게 ‘ㄴ’ 자 들어가는 욕을 했다.
다음날 아침 그 여기자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남자 기자에게 권했다. 그리고는 “화해하자고 커피 주는 거야. 좋지”하며 다가서는 남자기자의 새 양복 위에 부어버렸다. 그 일로 두 사람 다 시말서를 썼지만 이후 그 여기자에게 그 사건은 주홍글씨처럼 수년을 따라다녔다.
다른 사진기자들이 일을 함께 하지 않으려고 하고 본인도 소외감을 느껴 직장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다른 신문사로 출근하기 전날 입사가 거부됐다. 그 신문사 사진부 기자들이 ‘그 여자 들어오면 우리가 사표 냅니다’며 반대를 했던 것이다. 결국 그 여기자는 아주 나중에야 기업의 사보 만드는 곳으로 이직해갔다.
그때 남자들이 가장 분노를 느낀 부분이 ‘여자가 감히 남자에게?’ 였던 것이다. 아무리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언론사라도 남자와 여자가 관련된 일에서는 늘 남자 손을 들어주었다. 그것은 엄연한 성차별임에도.
그런가 하면 뉴욕에서 후배 여기자가 새로 단장한 전철역 취재를 갔다가 지하철역의 흑인 직원과 대판 싸운 일이 있었다. 취재를 하던 중 그 역무원이 여기자에게 ‘걸’이라고 지칭을 했다고 한다. “내가 왜 걸이냐? 나는 걸이 아니다. 나는 기자다.”라고 여기자는 항의를 했다. 상대방은 나쁜 의미가 아니라 그냥 젊은 여자라는 뜻으로 썼을지라도 당사자인 여기자는 심한 모멸감을 느꼈기에 싸웠을 것이고 성희롱을 받은 것이다.
직장 여성들은 여자가 아닌 대등한 인간으로 대우를 받기를 바란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 상사나 동료로부터 ‘여자라서’, ‘어디서 여자가’ 하는 말을 들어보라. 이런 여성 비하 발언을 지나쳐 직접적인 성희롱을 당한다 하자. 그 모욕과 불쾌감은 이루 말할 데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아무도 가만있지 않는다. 핸드폰으로 녹음하고 사진도 찍어 바로 인터넷에 올리는 세상이니 입버릇, 손버릇, 술버릇 나쁜 사람들은 조심할 일이다.
성희롱(sexual harassment)이란 용어는 1970년대에 미국의 페미니즘 운동 진영에서 창안되었고 남성 상사, 동료 등에 의한 여성 근로자에 대한 성적 제안 및 농담, 추파, 신체접촉부터 강제적 성관계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요즘은 여자상사로부터 남자 부하가 성차별이나 성희롱을 당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민병임 /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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