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아침 9시 맨해턴 7가에 있는 스미스타운 은행에 30대 초반의 남자가 화려한 꽃다발을 안고 들어왔다. 한 창구에 가서 여자 은행원에게 미소를 띠며 꽃다발을 내밀었다. 꽃다발을 든 손에 작은 쪽지가 보였다.
“네가 가지고 있는 100달러짜리와 50달러짜리 지폐를 몽땅 내놓아라!”
행원은 꽃다발 속에 총이 숨겨진 것으로 알고 명령대로 시행하였다. 도둑은 꽃다발과 돈을 들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는 계속하여 23가에 있는 캐피털 은행에 가서 같은 수법으로 돈을 털고 사라졌다. 은행 CCTV에 얼굴이 크게 찍혔으니 잡히긴 하겠지만 정말 대담하고 유머가 있는 도둑이다.
꽃다발을 든 신사와 협박 쪽지를 든 남자. 그것은 흔히 보는 인간의 두 개의 얼굴이 아니겠는가?
R.L.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가 있다. 지킬 박사는 자기를 이중인간으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낮에는 의젓하고 존경받는 문화인이자 신사인 지킬 박사가 되고, 밤에는 야수적인 괴물 하이드씨가 된다.
그러나 새벽이 되면 다시 지킬 박사로 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보고 놀란다. 온 몸이 지킬 박사로 돌아갔는데 한 쪽 손만 하이드씨의 손으로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한 손은 곱고 전문적인 기술로 연마되어 남을 돕는 지킬 박사의 아름다운 손이요, 다른 한 손은 흉측하고 잔인하고 짐승처럼 털이 난 하이드씨의 손으로 영원히 남게 된 것이다.
지킬 박사가 독백한다.
“처음에는 지킬의 요소를 제거하는 작업이 어려워 나의 모든 연구를 거기에 쏟았다. 그런데 이 노력이 차차 이루어져 하이드의 요소가 점령해 들어오면서부터 본래의 ‘나’는 점점 사라지고 악한 하이드의 손을 잡게 되었다. 아차! 이거 안 되겠다. 본래의 나 지킬의 모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었다. 벌써 나는 나의 좋은 부분 절반마저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설은 인간의 내면을 폭로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내면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많은 인간이 불행 속에 빠지는 중요한 원인은 지킬의 요소와 하이드의 요소를 적당히 섞으려는 데서 온다.
스티븐슨의 소설이 지적하듯 한 사람 속에 지킬과 하이드는 공존할 수 없다.
적당히 공존시키려고 하면 차차 하이드의 요소가 지킬을 제압하게 된다.
“내가 원하는 선은 행치 않고 원치 않는 악을 행하게 된다”는 바울의 자기 한탄은 지킬과 하이드가 공존하는 이상 있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약점이다.
사람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스타 형과 하인 즉 종 형이다. 스타 형은 자기를 내세우고 자기 자랑과 광고를 일삼는 껍질 인간이다. 종 형의 인간이란 자기를 광고하지 않고 구석에 숨어서 이웃을 섬기는 사람들이다. 병원에서 봉사하고 방글라데시에서 난민을 구호하며 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곳에서 모래주머니를 쌓고 아프리카 어느 부족 속에 묻혀 책을 번역해주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들 종 형의 사람들이야 말로 인류의 참 역사를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개 돈은 적게 받고 긴 시간을 일하면서 박수는 못 받는 사람들이기에 그 수도 매우 적다. 그러나 예수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가르쳤다. 진리로 이끄는 문은 좁고 그 길이 험하다.
최효섭 /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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