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인즐리: “너, 또………”
며칠 전에 에인즐리가 필자 집에 놀러왔다. 에인즐리는 필자의 둘째 아들인 우영이의 절친한 고교 친구이다. 이제 가을이면 대학교 2학년이 되는 두 녀석이 친하게 된 것은 토머스 제퍼슨 과학고 농구팀에 같이 처음으로 지원하였던 9학년 때부터다. 에인즐리는 몇 안 되는 흑인 학생이었다.
며칠 전에 둘 사이에 위의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은 필자 집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며 열심히 놀고 난 다음이었다. 배가 고파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중국 음식을 주문해 먹기로 하였던 것이다.
닭고기를 좋아하는 우영이는 별 생각 없이 그냥 닭고기를 얘기했다. 그런데 그게 에인즐리에게는 또 장난치는 것으로 들렸던 모양이다. 아니, 우영이의 평소 장난기를 알기에 당연히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흑인들에게는 ‘닭요리’에 관한 노예시대 때부터의 선입견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다. 경제적 이유로 닭요리를 자주 먹어 왔던 흑인들을 조롱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영이와 에인즐리는 워낙 친한 사이라 문제가 없었지만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면 다분히 오해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문화 사회에서 살면서 자칫 자기도 모르게 문화적 차이로 인해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자신도 상대의 의도와 상관없이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때가 있을 수도 있다.
타인종과의 접촉 과정 중의 불화를 무조건 인종차별 시각으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경우를 주위에서 종종 본다. 그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성급하게 화를 내는 것보단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다시 생각해 보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할 것 같다.
문일룡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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