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이 잦은 나는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이곳 한인회가 둘로 갈라졌다는 얘기도 한국에 가서 처음 들었고 재미 한인들에 참정권이 부여된다는 얘기, 몇몇 한인들이 공천을 받으려고 부리나케 서울을 드나든다는 얘기도 그 곳에서 들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해주면서 참정권 이슈가 고요한 한인사회에 돌을 던진 것이 아니냐고들 걱정했다. 나는 평상시 한국이 해외 동포들을 변방의 이방인으로 취급하지 말고 한민족의 소중한 자원으로 받아들여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바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는 사실에 일단 고무되었다.
해외동포가 한국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다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투표를 할지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미국 생활 37년이 넘었건만 어찌어찌 하다 아직 영주권자로 남아 있는 내게 투표권이 생긴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거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구나 하고 퍼뜩 정신이 들었다.
눈부신 발전을 이룩해온 한국에서 정치만은 한심하다고들 하는데 그러한 정치적 구태들이 미주 한인사회로 고스란히 연장되는 것이 전부라면 우리의 참정권은 결과적으로 의미가 별로 없다. 우리의 직접 참여가 한국 정치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면 문제는 다르다.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얘기할 때 등장하는 단골메뉴는 인물난이다. 그리고 정치권의 권위주의적 풍토의 답습도 문제라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지난 60여년간 한국의 실질적 리더십 양성소는 학생운동권 밖에 없었고 운동권 출신들이 정계를 비롯하여 현재 한국사회 각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의 주역들이 실상 민주화된 리더십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듯, 운동권의 문화는 상하가 엄격한 권위주의 문화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군주사회와 식민지사회 밖에는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 민주화를 이루어야 했던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놀랄 일이 아니다.
재미동포 사회가 한국 정치인들 향응보다는 그들의 안목을 넓혀주고, 민주적이고 창의적인 젊은 리더들을 키우는 작업에 집중한다면 한국 정치권에 아주 실질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아니, 향응 프로그램 중에 다문화 사회의 살아가는 모습과 존경받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슬쩍 끼워 넣기만 해도 좋겠다.
한국에 나가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꿈인 사람은 어떻게 한국사회가 풀지 못하고 있는 여러 숙제들을 해결할지 깊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유민주주의의 첨병이라는 미국사회의 장점과 단점을 잘 따져서 한국에 전할 것은 전하고 피할 것을 피하도록 일조할 수 있어야겠다,
투표의 핵심은 나라 발전에 기여할 사람의 선출이다. 그러한 사람이 부족하면 우리가 키우고 또 스스로의 자질을 높여가는 것이 투표할 권리를 갖는 사람의 의무이다. 그래서 참정권은 무서운 것이다.
김유경 / Whole Wide World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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