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속에서 밖으로 나가려고 헤엄치는 붕어
지느러미 길게 펄럭이며 세상을 보고 있어요
붕긋하게 내민 입을 어항 벽에 붙이고
둥그렇게 뜬눈으로 꿈꾸고 있네요
유리벽 밖으로는 수많은 길이 보여요
그리움 매순간 하늘높이 날아가는데
몸은 늘 유리 한 장 속에 갇혀 있군요
물고기의 눈물은 물이래요
지느러미 힘껏 펄럭여도 헛바퀴 돌아가고 먼지만 일어납니다
투명한 것은 한계인지요
어항 벽에 붕어 한 마리 안간힘을 쓰는 모습 얼룩입니다
태어날 때처럼 혼자인 붕어
자기 것 버리고 바깥세상을 그리워합니다
물도 공기도 투명하기에
어항 속의 감옥이 아니라 생명의 구원임을 모른 채
두 눈 부릅뜨고 세월을 삭이고 있는 붕어
어느덧 수염이 길게 자랐어요
특히 산문 투의 시들은 끝부분에 비수를 감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조심하지 않으면, 독자들은 가슴을 베이고 내내 그 여운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이 시도 그렇다. 어항 속에서 갇혀 있는 붕어가 꽤나 호흡이 길게 그려져 있다. 그런데 “어느덧 수염이 길게 자랐어요”라는 마지막 행에서 붕어의 수염은 갑자기 사람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어항을 벗어나지 못하고 늙어버린 붕어의 삶은 그 순간 우리의 자화상이 된다. 가슴이 아리다.
김동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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