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한인들 “사랑방이었는데 섭섭” 업종바꿔 재오픈
웨체스터 지역에 유일한 한국식품점이었던 ‘동양식품’점이 문을 닫게 되어 이 곳 한인사회 역사의 한 장이 바뀌고 있다.
일요일도 없이 밤늦도록 문을 열었던 ‘동양식품’점의 문이 굳게 닫힌 채 ‘내부수리’라는 사인이 붙어있다. 모르고 찾아왔던 한 손님은 “물론 상황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참 섭섭하네요.”라고 한다. 그러나 주인 K씨는 같은 자리에 업종을 바꾸어 새로운 면모로 재 오픈 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동양식품점’은 스카스데일의 센트럴 애비뉴 선상 한 모퉁이에 거의 30년을 붙박이로 자리 잡고 있었다. 플러싱을 가지 않으면 한국식품을 구하기가 어렵던 시절부터 이 식품점은 이곳 한인들의 오아시스 역할을 담당해왔었다. 마치 그 옛날 동네 어귀의 구멍가게처럼 식품을 사러와 만난 한인들은 서로 소식을 묻고 환담을 나누며, 어려운 이민생활의 정보를 주고받기도 했었다.
그 당시 화이트 플레인즈에 또 다른 소규모 한국식품점이 있었으나, 플러싱이나 뉴저지 한국식품점들이 대형화하면서 이미 문을 닫은 지 오래다. 한편 스카스데일의 동양식품점은 할머니가 만드신 입맛에 맞는 깔끔한 반찬과 한국 비디오 대여로 이 지역 뿐 아니라 웨체스터 북쪽이나 커네티컷에 사는 한국 사람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되었었다.
초창기 ‘동양식품’ 비즈니스를 시작한 P씨 가족은 한 때 비즈니스의 성황으로 아즐리에 한국식품과 서양식품을 합한 규모가 큰 슈퍼마켓을 여는 등 비즈니스 규모를 키워나갔다. 상점주인과 손님들은 마치 가족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며, 가게주인은 손님의 식성까지 파악할 정도였고 손님들은 가게 주인의 결혼과 출산 등에 함께 기뻐하기도 했었다.그러다가, 한인들의 생활상이 변화됨에 따라 동양식품점도 변화되어 주인이 바뀌었다. 새 주인인 K씨 가족 역시 이 지역 한인들의 요구에 재빨리 대응하여 활발하게 운영을 했고, 새로 이주해오는 한인들에게 이 지역 정보를 제공해주는 등, 그 동안 이렇다 할 한인사회단체가 없는 이곳 한인들의 구심점이 되었었다.
그러나 인근 중국식품점이나 일본 식품점 등에서 웬만한 한국 식품들을 취급하기 시작했고, 뉴저지나 플러싱 한국식품점의 초대형화 그리고 한인들의 비디오 문화의 변화 등은 그동안 버텨온 마지막 힘을 놓을 수밖에 없게 했다. 테이크아웃 음식점이 될지, 한국식품점과는 전혀 관계없는 업종으로 바뀔지, 마지막 한국식품점을 보내는 이곳 올드 타이머 한인들 마음에는 감회가 남는다.
<노려 기자>
한자리에서 거의 30년을 버텨온 동양식품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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