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근 경기침체가 시작된 시점은 2007년 12월이다.
그러나 이번 침체가 종료됐다는 공식 선언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미국의 경기침체 진입과 종료를 공식 선언하는 전미경제조사국(NBER.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이 확실한 성장세가 확인될 때까지 경기침체 종료 선언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NBER은 고용과 소득, 산업생산, 도소매거래 등의 지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경기의 침체 여부를 판단한다.
NBER의 판단과 달리 여태까지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시장은 경기침체가 이미 끝났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작년 3분기부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올해 2분기까지 연속 성장세를 나타냄에 따라 이미 경기침체가 종료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불안한 경기지표들은 이번 경기침체가 과연 종료됐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번 경기침체의 성격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있다고 미국의 MSNBC가 28일 분석했다.
최근 잇달아 발표된 암울한 경기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난 후 회복기간이 단명에 그치고 다시 침체로 접어드는 이른바 `더블 딥(double dip)’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지만 `더블 딥’이 성립하려면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서 탈출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장 등은 `더블 딥’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현재 경기회복세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내년부터 다시 성장세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또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미키 레비와 같은 인물은 지금의 불안한 흐름을 `소프트 패치(soft patch)’, 즉 경기상승 국면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동요로 간주한다.
그러나 MSNBC는 이번 경기침체가 부동산 시장의 거품붕괴와 그에 따른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로 인해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2차대전 이후 경험했던 기존의 경기침체들과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2007년 12월 시작된 경기침체가 아직 끝나지 않아 장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때 금융위기 직후 하버드대의 니얼 퍼거슨 교수가 대공황(Great Depression) 대신 대침체(Great Recession)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경제주체들에 과도한 불안감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제2 대공황이라는 표현을 삼가는 대신 기존의 침체와 달리 대공황 이후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뜻에서 `대침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이다.
기존의 경기침체는 경기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긴축 통화정책을 편 결과로 초래된데 비해 이번 침체는 주택시장의 거품붕괴와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심각한 실업사태와 소비심리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불황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제2의 대공황을 막기 위해 7천870억달러의 경기부양자금을 쏟아붓고 연준이 제로(0)금리 정책과 함께 12조달러 가까운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함에 따라 일시적으로 경제가 회복된 듯한 양상을 보였지만 부양책이 소진된 후 주택시장과 고용시장이 자생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다시 곤두박질 치는 것은 이번 침체가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7월의 기존주택거래 실적이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신축주택 판매실적은 47년 만에 최악의 부진을 보인 데 이어 GDP 성장률(잠정치)이 1.6%로 대폭 둔화된 것은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특히 11월 중간선거에서 사상 최대규모의 재정적자가 쟁점이슈로 부각됨에 따라 추가 부양책 동원이 불가능해진데다 연준의 통화정책 수단도 사실상 바닥을 드러낸 점은 경기의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을 어렵게 한다.
세계최대의 채권투자회사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최고경영자(CEO)는 MSNBC와의 회견에서 제로금리 정책의 장기화에 따른 유동성 함정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통화정책이 경제주체들을 더는 자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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