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잠재적 위협’ 내세워 이라크 침공
이라크 종파 분쟁, 내전상황까지 치달아
정국혼란, 치안불안..전후 재건 요원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전투 종료 임무 선언에 따라 개전 7년 5개월 만에 31일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이라크전은 잠재적 군사위협을 이유로 선제 억지 개념을 적용한 최초의 전쟁으로 개전 이전부터 많은 논란을 낳았다.
1991년 걸프전, 1999년 코소보전, 2002년 아프가니스탄전 등 미국이 개입한 대규모 전쟁 선례는 도발을 단행한 세력에 대한 사후응징의 형식이었지만 이라크전은 대량파괴무기와 테러의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한 사전응징의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연합군은 국제적인 반전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엔의 승인도 없이 2003년 3월 20일 이라크에 대규모 공습을 퍼부으며 전쟁을 시작해 `침략전쟁’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개전 후 `충격과 공포’ 작전을 통해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정밀유도폭탄 등 첨단 무기를 동원한 연합군의 `족집게 폭격’ 앞에 이라크군은 적수가 되지 못했다.
바그다드를 함락한 미군은 4월 9일 바그다드 알 피르다우스 광장에 있던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동상의 얼굴에 성조기를 덮어씌운 뒤 밧줄로 동상을 끌어내렸다.
이는 중동의 맹주를 꿈꾸던 후세인의 24년 철권 통치에 종말을 고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전쟁 개시 한 달 여 만인 5월 1일, 걸프해역에서 미국으로 귀환 중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전투기를 타고 내린 뒤 주요 전투의 종료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같은 해 12월 13일에는 후세인이 자신의 고향인 북부 티크리트 인근 지역의 참호 속에서 숨어 지내다 미군에 체포됐고 결국 2006년 12월 30일 교수형에 처해져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러나 후세인 정권의 몰락은 이라크 시아파와 수니파 간 종파 분쟁의 판도라 상자를 연 셈이 됐다.
1932년 이라크 건국 이후 늘 집권세력이었던 수니파는 후세인 정권 붕괴로 시아파에 권력을 내준 뒤 권력 요직에서 물러나야 했고 이는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이 격화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급기야 2006년 2월 23일, 시아파 성지인 아스카리야 사원의 황금돔이 폭탄공격에 파괴되면서 시아-수니파 간 종파 분쟁은 내전 상황으로 치달았다.
공격 배후에 수니파가 있다고 의심한 시아파의 비밀 무장요원들은 보복에 나섰고 이로 인한 동족 간 피의 살육은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수천명의 이라크인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막대한 군사,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상황이 내전국면으로 치닫자 반전 여론이 다시 거세게 불어닥쳤지만 부시 행정부는 2007년 2월 병력을 증파하며 이라크 안정화 작전에 돌입했다.
미군의 병력 증파는 결과적으로 내전 상태의 바그다드를 안정화하고 안바르 등 수니파 거점 지역에서 무장 투쟁을 무력화하는데에도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이라크의 민주주의도 힘겹게 싹을 틔워 갔다.
2005년 1월 30일, 50년 만에 자유선거 방식으로 제헌의회 총선이 치러졌고 이듬해 5월에는 이라크 건국 이후 최초로 시아파 정권인 누리 알-말리키 정부가 출범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 일정이 구체적으로 윤곽이 잡힌 것은 2008년 12월 미-이라크 안보협정이 승인되면서부터다.
2011년 12월까지 당시 15만명에 이르렀던 병력 전체를 완전 철수한다는 내용의 이 협정은 이라크전 종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결국 지난 19일 이라크 주둔 마지막 전투여단이 철수를 마쳤고 오바마 대통령은 31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전투활동 종료를 선언할 예정이다.
사실상 전쟁 종료 선언이지만 떠나는 미국이나 남겨진 이라크 모두 후유증은 심각하다.
미국은 대량파괴무기(WMD) 제거, 알-카에다 등 테러 세력 색출, 이라크 민주주의 정착 등 전쟁 명분으로 내세웠던 것 중 어느 것 하나도 달성치 못한 채 전쟁을 마무리하는 셈이 됐다. 이라크의 석유 등 자원은 미국 등 서방 동맹측 거대기업들이 대부분 장악하게 됐다.
이라크에 대량파괴무기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고 알-카에다 세력은 최근에도 연일 폭탄공격에 나서며 세를 과시하고 있다. 후세인의 철권통치를 무너뜨리긴 했지만 이라크의 민주주의도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라크 또한 매달 수백명이 폭탄공격에 목숨을 잃는 참상과 새 정부 출범을 둘러싼 정국 혼란이 지속되고 있어 전후 재건의 길은 요원해 보이기만 한 실정이다.
이미 10만명에 가까운 이라크인의 목숨을 앗아간 7년 간의 전쟁은 이런 이유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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