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달아오른 태양이
거죽을 팽팽히 당겨
쏟아내는 무량의 빛살
그 먼 길을 날아오고도
한 치 흐트러짐 없이 쏟아지는 빛살들
온 대지에 꽂힌다
수백 년 일가를 이룬 마을 앞 느티나무에도
들판에 열을 맞춘 장정 같은 벼 포기에도
어김없이 빛살이 꽂혀
이파리에선 푸른 피톨이 튄다
때로 빛살은 속살까지 파고들기에
가을날 잘 여문 이삭을 벗겨보면
빗살 무늬 잔주름이 무수하다
이 땅 위에 사는 모든 것들은
쏟아지는 빛살 속에 살아가는데,
한평생 논두렁 길을 걸어온 늙은 농부
빛살을 흠뻑 맞은 그 얼굴처럼
잘 구워진 빗살무늬 토기가 되기도 한다
송호찬(1961 - )
빛의 화살이 날아와 대지에 빗살무늬를 남긴다. 잘 여문 이삭을 벗겨보면 무수한 빗살무늬 잔주름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빛살은 모든 곡식과 과일을 자라게 하고 여물게 만든다. 인체에서도 칼슘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가 햇빛을 받으면 생성된다고 한다. 뼈에 구멍이 숭숭 뚫린 현대인들은 늙은 농부의 얼굴처럼 잘 구워진 빗살무늬 토기가 될 수 있도록 빛살을 흠뻑 맞아야 하겠다. 이렇게 빛살이 가득한 시를 읽으면 우리 마음도 빗살무늬 토기가 될 것 같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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