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날은 떠나갔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그날 그땐 지금 없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파란하늘 저 멀리 구름은 두둥실 떠나고/비바람 모진 된 서리 지나간 자욱마다/알알이 맺힌 고운 진주 알 아롱아롱 더욱 빛나네/그날 그 땐 지금 없어도/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이수인 작곡 ‘내 맘의 강물’).
누구는 산책을 할 때, 또 어떤 이는 잠들기 전에, 또 누구는 음악을 들으면서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무슨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몇 개월 전 이화 여대 대학 음악회에서 감명 깊게 들었던 우리 가곡 ‘내 맘의 강물’을 지난 12일 한미장학재단 장학금 수여식장에서 또 다시 들을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 합창단원들도 그때와 똑같은 대학 졸업생들로서 아름다운 화음으로 참석자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해 주었다. 나도 이 아름다운 가곡을 들으며 크나큰 기쁨을 맞보며 한껏 상상의 날개를 펴볼 수 있었다.
지난주에는 유난히 내게 행복한 일들이 많았다. 몇 개월 전 고인이 된 부군이 봉직했던 대학에 고인의 이름을 딴 강좌를 신설하기 위해 워싱턴에 오신 한 미망인을 위로하기 위한 저녁식사모임이 그랬었고, 이 지역 미술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서양화가 문범강 교수(조지타운대)의 개인전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문 교수의 개인전은 아메리칸 대학 캣젠(Katzen)미술관에서 작가와의 만남으로 시작됐는데 모든 면에서 국제적 수준으로 손색이 없었다.
이런 것들과 함께 나의 심금을 울려준 일이 하나 더 있었다. 반세기에 걸쳐 가장 절친했었던 나의 친구가 유명을 달리한 지가 벌써 7여 년째, 그의 딸과의 대화(비록 전화선 저쪽 끝에서의 음성이었지만)가 이처럼 나에게 큰 보람과 설레임을 줄 줄은 미처 몰랐다.
가장을 잃고 어머니, 오빠와 함께 그 어려운 시련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학업에 정진해, 그녀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의과대학에 진학한 소식을 들은 것이 바로 엊그제 같았는데 이제 2년만 남았단다. 늘 그들에게 안쓰러운 생각뿐이었지 별로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게 마음에 걸렸었다.
더 늦기 전에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 내자(아내)와 의논을 했더니 그녀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음을 알았다. 뉴욕에 전화를 거니 친구의 부인과 그녀의 딸에게 한미장학재단의 장학생으로의 선발소식을 전하게 되었다.
그들은 기뻐했고 가슴 설레이는 그 무엇이 전화선 끝이지만 이쪽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친구의 딸은 곧 나에게 이 메일을 다음과 같이 보내왔다.
“저는 장학금을 어떻게 사용할까 계획을 세웠어요. Step 2 시험과 그 준비에 필요한 책들의 구입에 쓰려고 해요. 또한 제 인생에 저를 생각해 주시는 분이 계시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어요. 언젠가 훗날 저도 이에 보답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나는 그녀에게서 벌써 이런 것을 느낀다. 인간으로서도 성숙했을 뿐만 아니라 훗날 진정 훌륭한 의사가 되리라는 것을.
한미장학재단 장학금 수여식 중 아름다운 가곡 ‘내 맘의 강물’을 들으면서 계속 여러 상념에 잠겨본다. 서로 생각해 주고 위로하며, 나아가 필요한 이들에게 작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풍토를 만든다면 더욱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함으로서 우리들의 미래의 희망인 젊은 학생들(특히 부모들을 잃고 어려운 환경 속에 있는)을 격려하고, 신선한 충격을 주어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해 그들이 훗날 우리사회의 진정한 일꾼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장학재단 사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문성길
전 서울대 워싱턴 동창회장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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