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태어난 막내둥이 조카 죠니가 교회에서 오랫동안 사귄 착하고 어여쁜 아가씨 나래와 백년가약을 맺는다는 소식이 멀리서 들려왔다. 한 주일 정도 다녀와야지 하며 아이들에게 비행기표 예약을 부탁해 놓았다.
그런데 시누이에게서 자주 전화가 온다. 8월 초부터 9월 초까지 한 달간 머물도록 해야 된단다. 결혼식전 2박 3일 관광코스와 식 끝난 후 3박 4일 코스를 예약했다 한다.
브라질은 요즈음 겨울인데다 이상기온까지 겹쳐 추우니 속옷, 스웨터, 두툼한 잠바까지 준비하고 온천 갈 때는 수영복에 슬리퍼도 잊지 않도록 여행가방에 넣어두란다. 여자들은 결혼식에 한복을 입기로 했으니 꼭 준비하고.
아들 결혼 때 입던 옷 오랜만에 바람도 쐬고 나들이도 하게 되었다.
드디어 한 달 예정으로 브라질행 콘티넨탈 비행기에 앉으니 얼마 전에 심장 수술한 남편이 무사히 잘 다녀와야 할 텐데 하는 생각으로 잠시 기도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10시간의 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새신랑될 사람과 로마에서 제일먼저 도착한 수녀조카가 아침 일찍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 곳에 흩어져 살던 6남매의 가족들이 하루이틀 간격으로 속속 모여든다. 미국의 두 형제, 한국에서 큰 시누이, 캐나다에서 큰조카 가족 넷, 방마다 식구로 가득 채워진다. 바빠서 늦게 도착한 부부는 가까운 호텔로 안내 되었다.
여럿이 모여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며 가까워질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여럿이 모여 식사를 하니 매일 잔칫집 기분이 난다. 설거지는 서로 하겠다 다투다가 결국 기계가 해치우고. 잠자리에 들기 전 이방 저방 다니며 “보아 노이찌” 인사를 나누는 시간 또한 즐겁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맑고 화창한 새벽 바로 기다리던 날이다.
가득 모인 사람들이 친척 아니면 사돈으로 이루어진 관계다. 초창기 8.15 경축사에서 아버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상파울로 한인들이 모두 사돈에 사돈으로 이어질 것이란 말씀 지금 그대로 진행되고 있으니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있으셨다 해도 과언은 아닌 듯싶다. 모두가 꽃단장하고 한복을 입으니 눈이 부실 정도로 호화찬란하다.
한인 대성당 안에서의 결혼식은 양가 신랑 신부 어머니의 촛불점화로 시작하여 엄숙히 진행되었다. 식순에 따라 축가는 사돈될 아가씨가 불렀는데 박수갈채가 대단했다.
퇴장할 때 양가족이 뒤따라가는 모습도 예전엔 없었던 새로운 모습으로 보기에 좋았다. 결혼식 전날 신부집에 함진아비 보내고, 식후 폐백상 위에 그림같이 쌓아올린 대추와 잣은 정성이 듬뿍 담겨져 있는 한국 고유의 풍습 그대로였다. 시부모에게 예의를 갖추어 절하고 부모의 형제들은 합동 인사를 받았다. 대가족인 만큼 시간도 절약하고.
폐백이 끝나면서 신랑 발바닥 때리며 다루는 친구들의 짓궂은 장난은 신부와 신부 부모를 애타게 만들다가 20분 정도였나? 결국 두툼한 봉투로 끝장난 해프닝이었다.
후에 신랑 신부의 친구들은 다른 장소로 옮겨져 즐거운 춤파티로 이어졌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 선남 죠니와 선녀 나래가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멀리 다녀온 조카의 결혼식은 모든 것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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