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다 영영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패트리셔 리드는 많은 미국인들이 여전히 일하는 연령인 70대가 아니다. 60대도 아니다. 그녀는 이제 겨우 57세다. 그렇지만 일자리를 잃은 후 지난 4년간 그녀는 다시는 일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대학에서 비즈니스 관리를 전공한 리드는 실직 전까지 보잉사의 감사관으로 20년 이상 일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실직이 문제가 아니다. 점점 더 많은 50대와 60대 실업자들이 영영 일자리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55세 이상 실업률 7.3%로 급등
평균 실직기간도 39주 넘어
“젊은이들과 경쟁 쉽지 않아”
경제가 붕괴된 후 전체적으로 충분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커리어의 황혼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더욱 그렇다. 1,490만명의 실업자 가운데 220만명이 55세 이상이다. 이들 가운데 절반 넘는 사람들이 6개월 이상 실직 상태에 있다고 연방노동부는 밝히고 있다. 이 연령대의 7.3% 실업률은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전의 실업률보다 2배나 높은 수치이다.
과거 경기 침체기의 경우 고령 실업자들은 다시 일터로 복귀하는데 얼마나 오래 걸릴 지와 과거 수입을 올리기 힘들지 모른다는 것을 걱정했다. 하지만 실업자들을 고용으로 흡수하는데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지금 고령 실업자들은 나이 때문에 고용시장에서 영영 밀려날지 모른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4년 동안 열심히 일자리를 찾았지만 리드는 단 한건의 일자리 제안도 받지 못했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할 때는 에너지가 넘치지만 걱정에 사로잡히게 되면 그녀의 ‘할 수 있다’ 정신은 휘청거린다. “두려움이 있는데 억누르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리드는 말했다. 그녀는 생활비 충당을 위해 자신의 보석류와 옷가지를 인터넷을 통해 팔고 있으며 크레딧카드 페이먼트가 밀려있기도 하다. “이러다 노숙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악몽에 시달린다”고 리드는 말했다.
어떤 연령이건 실직을 한다는 것은 충격적인 경험이다. 고령의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이력서가 젊은이들 때문에 옆으로 밀려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한다. 또 오랫동안 한 회사에서만 일하다보니 고용주가 원하는 직업기술뿐 아니라 일자리를 찾는 기술 또한 무디어졌음을 발견한다.
최근의 경기침체로 더 오래 일을 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많은 가정의 가장 큰 재산인 주택 가치는 크게 떨어졌고 주식 포트폴리오는 이제야 약간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갤럽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1 이상이 65세 이후까지 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95년 조사에서는 이런 응답이 12%에 불과했었다.
고령 실직자들은 자족능력이 없을 경우 정책상 문제를 제기한다. 럿거스 대학의 칼 밴 혼 교수는 “인생의 가장 취약한 시기에 직업시장에서 내몰린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바로 우리가 우려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강제로 조기퇴직을 당하면 재정적인 압박을 받게 된다. 저소득층은 더욱 그렇다. 경기침체와 그에 따른 후유증으로 일부 고령 실업자들이 고통 받고 있다. 지난 주 발표된 센서스국 자료에 따르면 55세에서 64세 사이 빈곤율은 2007년 8.6%에서 2009년 9.4%로 상승했다. 저축과 배우자 수입에 의존할 수 있는 중산층이라도 감자기 실직을 하게 당하게 될 경우 생활이 흔들리게 된다. 리드는 “내가 일생 추구해왔던 것이 바로 안정이었다. 몇 년 전까지 나는 대단히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연봉 8만달러 일자리를 일은 후 리드는 충격 속에 여기저기 이력서를 보냈다. 그러나 회복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남편과 터키와 태국으로 휴가를 다녀오고 목 부상 치료를 위해 척추과도 찾았다. 또 암으로 죽어가는 한 성직자를 돕는 일도 했다.
그러나 집수리를 하는 남편의 수입 역시 부동산 침체로 줄어들면서 빌은 점차 더 많이 쌓이기 시작했다. 3,000평방피트 주택에 모기지는 남아있지 않지만 1년에 7,000달러정도의 재산세를 내야한다. 지붕은 새고 있으며 집안 온도를 50도로 내렸는데 겨울이면 1달에 300달러 정도의 유틸리티 비용을 내야한다. 집을 팔수도 있지만 가격이 워낙 떨어져 있어 머뭇거리게 된다.
그녀의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재정적인 상황만이 아니다. 리드의 남편은 그녀가 자신을 고립시키면서 사회활동을 너무 안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남편은 “우리는 평생 열심히 일해 왔다”고 말했다. 리드는 새벽 3시에 일어나 벨뷰에 있는 보잉 데이터 센터까지 1시간 넘게 걸려 출근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정보관리 시스템 석사학위를 받기 위해 학교를 다녔다. 남편은 “일자리는 일자리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당신이 사회에 속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곳 시애틀에서는 실업수당 연장을 신청한 사람의 5분의1이 55세 이상 실직자들이다. 이들의 구직을 돕기 위해 지역정부와 비영리 기관들의 컨서시엄인 워크소스가 최근 세미나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최근 어느 날 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는 어떻게 연령문제를 피해갈 수 있는지와 과다자격 문제를 비껴가는 요령을 들려주었다. 이 세미나에는 14명이 참석했다.
61새의 강사는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고령의 구직자들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지적했다. “고령의 근로자들은 정보평가와 결정, 그리고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진다”라든가 “고령 근로자들은 경직돼 있고 변화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 등이었다. 강사는 이런 생각이 잘못이라는 이유들을 나열했지만 강의실에는 불안의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지난 10월 가구업체로부터 감원을 당한 61세의 남자는 “에너지와 열정만 있으면 정말 당시의 연령을 눈감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휴식시간에 워싱턴대학 여학생클럽 하우스 디렉터로 일하다 실직했다는 앤 리처드는 다시는 일자리를 가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고백했다. 테네시 채터누가에서 20년 동안 사무실 클럭으로 일한 경험이 있지만 자신의 기술이 너무 뒤떨어져 있는 것 아닌가 라는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고령의 실직자들은 일자리를 다시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지난 8월 55세 이상의 평균 실직기간은 39주가 넘었다. 이 기간은 어느 연령대 보다도 높은 것이며 경기침체 직후였던 지난 1983년 8월의 27.5주보다 훨씬 나쁜 수치이다. 한 달에 8만2,000개의 새 일자리가 생겨나는 현재의 속도로 볼 때 이번 경기침체기에 없어진 800만개의 일자리가 모두 생겨나는 데는 최소 8년이 소요된다. 이것은 인구증가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이다.
고령 실직자들을 대변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새로운 일자리가 젊은이들로 채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용주들은 ‘왜 그렇게 오래 실직상태에 있었는가’라고 묻게 된다. 기술의 변화가 너무 급속히 이뤄져 당신이 가진 기술이 새로운 일자리에 적당치 않게 되기도 한다”고 미 은퇴자협회의 한 간부는 지적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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