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도 가도 산뿐이다가
겨우 몇 평의 감자밭 옥수수 밭이 보이면
그 둘레의 산들이 먼저 우쭐거린다
제 몸을 가득 채운 것들을 신의 흔적이다,
라고 믿지만
두 눈으로 아직 본 적이 없다
사람의 흔적인 옥수수의 흔들림 감자꽃 향기는
왕산(王山)이 본 것 중 가장 귀한 것이다
가도 가도 산 뿐이다가
차 파는 오두막집이 보인다
그 주인은 이미 산(山)의 일부이면서
바람의 일부일 것이다
적막 속 어딘가에 집 한 채만 보여도
왕산(王山)은 그 기(氣)를 바꾼다
수십 만평의 산을 거뜬히 먹여 살리는 것은
한 됫박 될까 말까 한
몇 사람의 숨소리일 것이다
박라연(1951 - ) 전문
가도 가도 산뿐이다가 차 파는 오두막집이 보이는 곳. 인적이 드물고 신들의 흔적만이 가득할 목계리를 꿈꾼다. 그곳에는 한가로운 바람이 사람들로부터 얻은 상처를 어루만져줄 것이다. 얼마나 오래 그곳에 머물다보면 한 됫박 될까 말까 한 몇 사람의 숨소리가 수십만 평의 산을 거뜬히 먹여 살려주는 것을 보게 될까. 그때쯤이면 사람들이 다시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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