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슐러(Robert Schuller) 목사가 55년 전에 세운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가 지난달 18일 남가주 연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제출했다. 남가주 가든 그로브에 위치한 미국의 대형교회 중 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큰 유리건물을 자랑했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최고급 파이프 올간과 함께 교회의 음악 자체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큰 자랑거리가 되었다. 교회당국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현재 교회가 떠안고 있는 부채는 총 5500만 달러에 달한다고 하며 그 중 3600만 달러는 건물과 관련된 부채라 했다.
1955년 슐러 목사가 남가주 오렌지 카운티에 처음으로 교회를 시작했을 때는 “가든 그로브 Community 교회”라 칭하고 드라이브인 노천 영화관에서 예배를 드렸다. 1961년에는 새로운 예배당을 짓고 옮겼으며 7년 후에 교회 사무실과 교육관을 추가로 증축하였다.
슐러 목사는 교회 확장의 원대한 꿈을 안고 세계적으로 저명한 건축가 필립 죤슨 (Philip Johnson)씨로 하여금 세계 최초의 유리건물을 설계하게 하고 1977년에는 새로운 대지에 막대한 비용으로 공사를 시작하여 1980년에 완공하게 된다. 수정교회는 1만장이 넘는 유리와 특수한 접착제를 사용하여 건물 전체를 둘러싼 보기 드문 아름다운 건물로 교인들 뿐 아니라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남가주의 유명한 관광 명소가 되기도 하였다.
그 때부터 교회이름을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라 개칭하고 교회는 급속도로 성장하게 된다.
슐러 목사는 ‘Hour of Power’라는 TV 설교 방송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하여 한때는 고정 시청자만 2,0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수정교회는 새로 건축된 특유한 교회건물의 명성을 힘입어 날로 성장하였으며 한때는 교인 수가 10,000여명에 달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슐러 목사의 목회방침을 비난하기도 했다. 교회를 지나치게 기업화하여 전도와 선교를 상업화하고 불신자들을 상업의 고객으로 대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수정교회의 예배는 항상 유명세 있는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을 강단에 세우고 간증하는 기회로 삼았다.
인간 문명의 역사를 보면 인간은 우선 집단을 형성하고 공동체를 형성하여 거주지를 마련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신을 섬길 수 있는 신전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중세기 문화를 비롯한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을 일으킨 유럽의 문명은 기독교 역사의 그 자체라고 할 만큼 기독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유럽의 건축 문명과 도시발전의 역사를 보더라도 기독교 성전 건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수많은 대성전들이 막강한 정치세력과 막대한 비용과 인력의 희생으로 세워졌다. 가난하고 소외된 빈민층 사회가 헐벗고 굶주리고 있는 반면에 막대한 비용으로 지어진 찬란하고 웅장한 성전들이 지금은 대부분 비어있고 관광객들의 방문지로 남아있을 뿐이다.
신약시대에 와서 성전의 개념은 바뀌기 시작했다. 화려하고 웅장한 성전 속에 하나님이 함께 계신다는 생각 보다는 예수 이름으로 비록 몇몇이 모이는 보잘것 없는 곳에도 성전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새로운 개념인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이 살고 모이려면 교회든 학교든 건물과 시설이 필요한 것은 현실적인 사실이다. 끼니를 채우지 못하고 배고픔과 질병과 가난함에 시달리며 소외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허다하게 많지만, 막대한 비용으로 웅장한 성전을 지으려는 인간들의 열정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하나님께 바치는 인간의 충성이며 헌신이라고 생각하다가도 과연 이것이 하나님이 진실로 원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가난한 빈민촌이나 저 멀리 선교지에 시멘트 블록과 양철 지붕으로 지어진 작고 초라한 교회에도 하나님은 함께 하실 것 이라는 생각이 나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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