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경찰에 자진출두
“도주 우려”보석 기각
인도요청 스웨덴 거쳐
미국에 송환될지 주목
외교 전문을 공개해 미국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는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샌지(39)가 7일 영국 런던 경찰에 자진 출두한 뒤 구금되면서 그의 신병처리에 국제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웨덴 검찰로부터 지난 8월 여성 2명을 강제 성추행한 혐의로 수배를 받아왔던 그는 미국 외교 전문을 공개한 후 은신했다가 런던에서 변호사를 대동해 이날 아침 경찰에 자진 출두한 것이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법원은 이날 오후 스웨덴으로의 신병 인도를 가리는 첫 심의를 열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보석신청을 기각, 구금했다. 영국 검찰은 어샌지가 소재지 주소가 아닌 사서함 주소를 댔다는 이유를 들어 보석 불허를 신청했었다.
어샌지의 변호인 마크 스틴븐스는 스웨덴 검찰의 수배령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스웨덴 정부가 누명을 씌우려는 것이라면서 조만간 미국의 국운을 좌우할 중대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어샌지는 자신이 체포되거나 웹사이트가 불능화되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비밀문서를 포함한 ‘최후의 심판 파일’(doomsday files)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웨덴 수사당국은 성추행 혐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난달 중순 유럽연합(EU) 국가에서 유효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가 지난 3일 영국 경찰의 보완 요청에 부합되는 새 체포영장을 발부했었다.
어샌지는 앞으로 열리는 심리과정에서 법적인 권리를 포기하거나 판사가 체포영장에 적시된 혐의를 유죄로 판단할 경우 스웨덴으로 인도된다. 하지만 어샌지는 만일 스웨덴으로 인도될 경우 자신에게 스파이 혐의를 적용하려는 미국으로 넘겨질 것이라며 맞서고 있어 송환 결정까지는 최소한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여자 친구를 파리의 호텔에서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영국인 사업가 이안 그리핀에 대해 영국 법원은 18개월이 지난 최근에야 그의 프랑스 송환을 결정했다.
2001~2002년 미국 군 당국과 항공우주국(NASA)의 컴퓨터 97곳을 휘젓고 다녔던 영국인 해커 게리 매키넌 사건의 경우 미국 검찰이 그를 2005년 기소한 뒤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으나 아직도 영국에 남아 법적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더구나 어샌지는 호주 시민권자로 지지자들은 호주 정부에 그에 관한 법적인 보호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어샌지 측은 일단 영국 법원에서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을 뿐이라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면서 스웨덴으로의 송환이 부당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위키리크스가 외교 전문을 공개한 뒤 아마존이 서버 제공을 중단하고 온라인 송금 서비스 업체인 페이팔과 스위스 우체국 은행인 포스트 파이낸스가 위키리크스와 어샌지의 계좌를 동결했다.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난 어샌지는 멜버른 대학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으며, 1991년 통신업체 노르텔의 중앙컴퓨터를 해킹했고 호주에서도 31건의 해킹혐의로 기소돼 소액의 벌금형을 받았다.
그는 2006년 위키리크스를 설립했다.
<김정섭 기자>
줄리언 어샌지. (AP)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샌지 지지자들이 7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법원 앞에서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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