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하단 구석에 지나치기 쉬운 크기의 게재 사진
부촌의 화려 찬란 범람하는 성탄절 장식을 배경으로
집 없는 사람이 개를 껴안고 쓰레기에 섞여 잠들어 있다.
엄동의 벽 없는 얼음방에서도 온돌방에서처럼 저렇게
잠들 수 있다니.
개가 나누어 주는 체온 덕분일까
동물의 체온으로도 인간이 저렇게 깊은 잠 들 수 있구나
구걸 통엔 동전 몇 닢이 떨고 있는데
저 사람이 해종일 구걸했던 것은
동전 몇 닢이 아니고 사람의 체온이었는지도 몰라
인간들이 주지 않는 체온을 개가 주고 있구나
아무 것도 주지 않는 표정으로 밤새도록 퍼주고 있구나.
김병현(1936 - ) ‘개의 보시’ 전문
20여 년 전에 미국 신문의 한 귀퉁이에 실린 조그만 사진을 오려 벽에 붙여놓고 매일 보아오다가 이 시를 쓰게 됐다고 한다. 한 노숙자가 개와 함께 쓰레기통 옆에 잠들어 있는 사진이다. 사진 속 성탄절 장식 배경이 또한 인상적이다. 개는 사람들이 외면한 노숙자에게 체온과 정을 아무런 조건 없이 나눠준다. 이천여 년 전에 말구유에 태어나신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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