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신(神)이 허락해 준 재능이 하나씩은 있다. 그 재능을 잘 못 써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도 있는 반면 그 재능을 자기 개발을 위하여 쓰는 사람과 다른 사람을 위하여 봉사하는 재능인도 있어 세상은 즐겁게 살맛나는 별천지가 있다고 해도 크게 과장된 말은 아닐 것이다.
가령 서예를 잘 하는 사람이 사람들 통행이 많은 백화점 또는 큰 서점 입구에 화선지를 깔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맞춤대로 가훈(家訓)을 써 주는 무료봉사를 하고 있는 이를 자주 보아왔다.
또 노래를 잘 하고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은 대학로 앞이나 등산로 입구, 지하철 휴게실 등에서 세상살이에 지친 일말의 영혼들에게 한 가락의 선율을 날려주므로 머릿속의 피곤을 말끔하게 씻어 주는 청량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마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을 주말에 찾는 사람이면 정상 깔딱 고개를 얼마 앞둔 울창한 나무그늘 삼각광장에서 즐거움에 빠져 열심히 대중가요를 부르는 50대 초반의 거의 백발의 남자를 보았을 것이다.
산을 오르다 말고 또는 하산하다말고 모여드는 관객들이 대충 잡아도 70~100여명.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우레 같은 박수가 산을 한 바퀴 돌아 메아리로 돌아올 때면 이 남자도 자기노래에 도취되어 자기도 박수를 힘껏 치며 어린 아이같이 천진하게 해맑은 웃음을 웃는다.
손에는 하루 종일 부를 노래 곡명이 빼곡히 적힌 종이를 몇 장 들고 있으며 얼굴에는 인기가수 나훈아씨를 닮는다고 반은 희고 반은 검은 수염이 거칠게 난 얼굴에 가끔은 입술을 안으로 말고 다문 모습은 나훈아씨를 어쩌면 닮은 인상을 풍기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훈아씨의 노래를 부를 때는 깜박 속을 정도로 멋진 곡을 너무나 잘 소화해 냈다.
처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을 그의 앞에 두고 가면 노래를 하면서 다시 집어 정중히 돌려주고 인사까지 깍듯이 하는 그의 매너는 가히 일류를 차지하고도 남을 만하였다.
늘 들러 보지만 토요일은 1시쯤 시작하고 일요일에는 10시쯤 시작하여 오후 5~6시가 가까워야 끝이 난다. 점심도 등산객들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자신이 싸가지고 온 빵과 바나나 그리고 한 병의 물로 대신한다.
가끔 물 마시는 시간을 벌기위해 청중 희망자를 대신 넣기도 하지만 그들은 그 남자의 특출한 노래 솜씨에 밀려 한 곡을 다 마치지 못하고 도중하차를 하는 경우가 많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자신의 노래로 많은 등산객에게 즐거움을 담아 주는 남자. 그것을 힘들어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무소유, 불소득의 봉사를 하는 그 남자의 헌신적 봉사를 감히 누가 말릴 수 있으랴.
이 시대의 찌들은 인정을 그 혼자 안아 돌보려는 마음씨. 혼탁한 세상의 삶을 그 혼자서 맑고 바르게 정화시켜 보려는 그 남자의 정열이 가을이 다가서는 이 계절에 모든 사람에게 소망처럼 다가서기를 바란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먹고 살기위하여 하는 짓도 아닌 순박하면서 천진한 그의 노랫소리 울림이 그치지 말고 오랫동안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울려 퍼짐으로 그 남자의 즐거운 인생이 많은 사람의 즐거움으로 번짐이 지속되기를 빌어보며 나는 얼굴 가득 웃음을 그려 넣은 채 아까보다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산을 하고 있었다.
어쩜 다음 주에도 다른 산보다는 이곳으로 또 와야 되겠다는 다짐까지 하면서...
이봉호
수필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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