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거리는 야자수와 LA 가을의 청명함이 상쾌한 지난해 10월 중순. 계획하고 벼르기만 했던 LA시누이 가족들과 오랜만의 만남 속에 기쁨의 여행 샘물을 마음껏 마셔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아름다운 산타모니카, 산타바바라 해변을 따라 피모스비치 선착장에서부터 길게 펼쳐진 환상의 에메랄드, 녹색, 코발트빛이 뒤섞여 물감을 풀어놓은 듯함에 마구 감탄사를 쏟아내고, 갑자기 떼지어 몰려온 갈매기들은 날갯짓 바삐 우리 주위를 계속 맴돌며 ‘끼르룩, 끼르룩’ 합창으로 반겨준다.
계속 북쪽으로 핸들을 잡고 샌프란시스코로 달려가는 길목 산타 루시아 중턱에 역사적인 명소로 꼽히는 허스트 캐슬(Hearst castle)이 자리잡고 있다. 1900년 초기의 출판왕 월리암 랜돌프 허스트의 저택으로 그가 사망한 뒤 유족들이 주정부에 기증하여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집안 구석구석을 장식한 호화로운 가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저택 안에 있는 고대 로마식 수영장 밑바닥에는 금박으로 치장한 초호화판 화려한 대저택의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근처에는 ‘꽃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롬폭에 이어 덴마크 풍의 아름다운 마을이 조성되어 있는 솔뱅이라는 도시가 있다. 아름다움과 멋진 풍차가 바람에 휘휘 돌아가는 낭만의 도시 솔뱅은 아주 깜찍하고 그지없는 아름다운 가게들이 즐비해 여자 친구든 아내든 솔뱅을 한 번 데리고 갔다 오면 누구나가 남자 대접이 달라진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가볼만한 곳이 지척으로 널려있는 캘리포니아의 해안지역에 살리나스, 카멜, 빅서 등지는 관광지로 손색이 없다. 사춘기 시절 읽었던 잔 스타인백의 소설 ‘분노의 포도’가 영원한 우상 제임스 딘이 출연해 화제가 된 영화 ‘에덴의 동쪽’으로 이 작품의 배경이 바로 살리나스 라는 도시가 아닌가. 살리나스의 지척 거리에 몬트레이라고 하는 유명한 휴양도시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은 은퇴한 노년층의 요람으로 불릴 정도로 유복한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곳의 ‘세븐틴 마일 드라이브’는 그야말로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해안의 아름다움에 경탄을 감출수가 없었다.
꿈과 낭만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아름다운 금문교 다리 위를 걸어보자는 욕심이 발동했으나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그만 30여분 만에 모두 걸음을 멈추고 다음 행선지 차이나타운으로 달려갔다. 전차가 오가는 빽빽한 건물 사이를 비집고 조카가 인터넷에서 찾아낸 최고의 맛 자랑 이탈리안 식당에서 포식했다. 상점과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 pier39번에서 이어진 방파제 위엔 바다표범 새끼들의 재롱이 한창이었다. 50년 지기 친구집을 찾아가 밤을 밝히며 깊은 우정 속에 꿈같은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
남쪽 방향으로 4시간을 달려가 세코이아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공원입구에서 시니어 국립공원 평생 이용권을 10불에 구입하고, 울창한 숲을 이룬 꼬불꼬불한 길을 조심스레 올랐다. 이 공원 안에는 1천2백여 종의 나무와 식물이 있고 3백여 종의 동물과 새들이 서식한다고 하는데 이 공원의 진가는 세계 제일을 자랑하는 거대한 ‘세코이아 나무’들이다. 제일 큰 ‘General Sherman’ 나무는 2200년의 고목으로 집 40채를 지울 수 있다는데 어쩜 수많은 세월을 비, 바람, 자연 화재를 견뎌낸 붉은 나무들의 생명력에 놀랐다.
이 공원의 하이라이트는 모로 바윗돌(Moro Rock)을 오르는 것이다.
약 4분의 1마일을 올라가면 해발 6천7백25피트의 정상에 도달한다는데 아찔할 정도의 절벽단면을 깎아 만든 층계경사가 너무 심하고 안개가 자욱이 끼어 있어 위험을 느껴 도저히 오르는 것은 포기해야만 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덴마크의 동화작가 안데르센은 “여행은 정신을 다시 젊어지게 하는 샘이다”라고 했던가. 여행이란 자연 속에서 내 삶을 음미해보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 돌아오는 것이다. 넓어진 시야 속에 여유로움과 긴 호흡으로 즐기는 여행길을 편안하고 따뜻한 가족들과 함께 한 여행의 매력은 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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