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은 무엇이든지 섭리 아닌 것이 없다. 지난 후에 보면 그것은 그냥 된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였으며 역사였음을 느끼고 알게 된다.
시인 이생진님의 목격담을 간추려 소개한다. 한 번은 지하철을 탔는데 어떤 할머니가 같이 타면서 마침 빈자리에 앉았다. 약 70세 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는 의자에 앉자마자 기침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기침이 영 멈추지를 않았다. 무엇이 목에 걸린 게 분명하다.
그러나 누구 하나 그 기침을 멎게 할 수 없었다. 1분 2분, 기침은 계속되고 자꾸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드디어 할머니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넘어가는 목소리로 외쳤다. “물! 물! 물!” 그러나 지하철 안에서 물을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그때였다. 할머니가 갑자기 저 쪽 끝을 쳐다보더니 달려가기 시작했다. 할머니와 같이 있던 승객들은 왜 그 쪽으로 할머니가 달려가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유가 곧 밝혀졌다. 할머니는 그곳으로 달려가더니 서너 살쯤 되 보이는 어린애가 들고 있었던 물병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아이는 기절할 듯이 울며 엄마에게 매달렸고 할머니는 물을 마신 다음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이를 향해 “네가 내 은인이다!” 고마워하며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아이 손에 쥐어 주었다.
할머니는 그날 지하철을 타기 전에 노인정에 들렸고 그때 누가 밤을 줘서 그 밤을 까먹으며 지하철을 탔는데 그만 밤 껍질 조각이 목에 걸린 것이다. 기침은 멎지 않았고 숨이 막 넘어가는데 눈을 부릅뜨고 물을 찾는 할머니 눈에 하얀빛이 보였다. 어디서부터 왔는지 모를 하얀빛이 한 곳을 가리키는데 그 빛이 딱 멈춘 곳에 아이의 물병이 있었다. 할머니는 정신없이 달려가 물병을 빼앗아 마셨고 마침내 살아난 것이다.
그런데 어린아이는 어떻게 그 물병을 가지고 거기에 있었을까. 그날 아침 아이 엄마는 한 십 분 쯤 더 일찍 지하철을 탔어야 했다. 그러나 아들이 다른 날보다 다르게 아침부터 물장난을 심하게 했다. 빨리 가자고 해도 말을 안 듣고 병에 물을 넣는 장난을 하다가 엄마가 서둘러 나가자 물병을 그냥 들고 따라나섰다. 그러니까 아이는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고 그래서 늦은 지하철을 탔고 물병을 들고 거기 서 있다가 할머니가 그 물을 마시고 살아난 것이다.
그러면 할머니와 물병을 이어주었던 어떤 힘, 그 하얀빛은 무엇일까. 시간보다 조금 늦게 지하철을 타게 했던 힘과 물병을 들고 나온 어린 아이의 마음에는 무슨 인연이 존재했던 것일까. 물론 다른 까닭을 말하기 전에 이구동성으로 할 수 있는 말은 ‘우연’이라는 말이겠지만 그러나 우리는 이 일을 ‘섭리’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예수를 믿는 분이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상투적 설교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믿든 안 믿든 상관없이 우리들 인간사에 나타나는 신비로운 섭리, 그것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할머니는 그 위기의 순간에 빛이라는 어떤 특별한 현상과 존재를 경험했다고 술회했다. 빛은 그를 살리는 생명, 에너지이다. 그 에너지를 거기에 보낸 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믿는 사람들은 그 존재를 하나님의 섭리로 승화시키겠지만 그런 생각이 아니더라도 인간 세상에는 우연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힘’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뜻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면 금년 한 해도 우연과 필연 사이를 오고 가는 섭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살아갈 일이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차이가 있다면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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