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준다는 일은 인간관계에서 많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 영향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영향을 받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주로 어느 쪽의 사람일까 생각해볼 일이다.
1995년 시카고 불스 농구팀에서 일어난 작은 에피소드이다. 그 팀에는 스티브 커라는 선수와 B.J. 암스트롱이라는 선수가 있었는데 둘 다 후보 선수들이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평소 에너지 부스터라는 이름의 초콜릿 바를 즐겨 먹었다. 평균 하루에 서너 개씩은 먹었다. 그러나 특이한 현상은 그 두 사람 말고는 누구도 이들이 먹는 에너지 부스터를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불스 팀의 그 유명한 주전 선수인 마이클 조던이 이들이 먹는 그 초콜릿 바에 관심을 갖고 먹기 시작했다. 놀라운 일은 시카고 불스 전체 선수들이 그때부터 마이클 조던을 따라 그것을 즐겨 먹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시작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이렇게 결과가 달라진다는 일화이다. 그러나 이런 일보다 더 중요한 의미로서의 영향력이 존재한다는 데 심각함이 있다.
학교나 교회, 동창회나 친목회 등 우리가 자주 대하는 공동체 안에서도 이상하게 남의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를 통해 마음 약한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교회에서도 말씀이나 진리에 관심을 갖고 탈 없이 살아가던 사람이 한 순간에 인간적이거나 세상적 영향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많이 본다. 또는‘수군거림’이나 ‘험담’에 마음이 상해 진리가 주는 영향력을 쉽게 포기하는 우매함을 보면서 연약한 인간의 줏대 앞에 슬퍼진다.
교회 공동체에서 실시하는 각종 교육 과정이나 훈련 과정을 이수한 후 저만하면 괜찮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그래서 그로부터 좋은 영향이 다른 사람에게 끼쳐지리라 생각되었던 바로 그 사람이, 참으로 별 것 아닌 부정적 몇 마디 언사에 사로잡혀 하루 아침에 변질되는 어이없음을 목격한다는 것이다.
다수가 모인 곳에서 길이가 1미터인 막대기를 놓고 언쟁이 벌어졌다. 그런데 그 중에 한 사람이 큰 소리로 말했다. “이 막대기는 1미터짜리가 아니야.”그런데 우스운 것은 정작 1미터짜리인 것을 확신하는 다수는 침묵을 지킨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막대기는 1미터짜리로 정해지고 말았다. 소신을 가지고 영향력 있는 자리에 선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다. 목청 큰 사람을 이겨내야 하는 부단한 결단이 자신을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어느 마을에 마차가 들어가고 있었다. 그 마차에는 한 노파가 타고 있었고 그 노파의 정체는 장티푸스였다. 이를 알아차린 마부가 외쳤다. “당장 내리세요. 지금 가는 그 마을은 너무나 평화로운 마을입니다. 장티푸스가 들어가면 안 됩니다.” 그러자 노파가 말했다. “괜찮아요. 그냥 그 마을에 잠시 내렸다가 다시 이 마차를 타고 곧 떠날 테니 그냥 가시지요.” 노파는 약속대로 마을에 잠시 내렸다가 곧 마을을 떠났다.
그러나 그 마을은 줄초상이 나기 시작했다. 이유는 장티푸스가 왔다는 소문이 그 마을을 쑥밭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노파는 그냥 지나갔을 뿐인데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고 죽는 자리에 누어버린 것이다. 영향력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문제는 누가 영향력을 소유한 사람인가를 정확하게 보는 일이다. 당신인가? 아니면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인가?


신석환
목사 /실버스프링,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