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약속불구 퇴진은 거부
25만명 시위대 반응 냉담
요르단 등 중동 민주화물결
1일 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100만명 행진’에 25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무바라크 대통령은 1일 TV 연설에서 오는 9월로 예정된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그러나 대선 전까지 남은 임기를 수행할 것이라며 시위대의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
카이로 시내에서 ‘100만인 시위’가 진행된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은 “최근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나는 6선에 도전할 의도가 없었다”며 9월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카이로 중심가 타흐리르 광장에서 대형 TV로 이 연설을 지켜보던 반정부 시위대는 대선 불출마와 개헌 약속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여전히 그의 퇴진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반정부 세력 구심점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68)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알-아라비아 방송에 출연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이미 정통성을 잃었다며 시민들은 그가 떠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엘바라데이 전 총장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 앞서 그에게 4일까지 사임할 것을 요구하며 ‘최후통첩’을 보낸 바 있다.
그러나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동의 요르단에서는 압둘라 국왕이 국민 요구를 수용해 들어선지 2개월 남짓 된 새 내각을 해산하고 시리아에서도 야권이 대규모 주말 시위를 계획하는 등 민주화 물결이 중동 인접국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백만인 행진… 거대한 물결 = 이날 카이로 시내에는 아침 일찍부터 ‘백만인 행진’에 참석하려는 시민 수천명이 모여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날 당초 예상에 못 미치는 20여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오후 3시~다음날 오전 8시까지로 정해진 통금을 무시하고 전날부터 타흐리르 광장에서 밤을 지새운 사람들이었다. 전날 귀가했던 시민들도 오전 일찍부터 거리로 몰려나와 속속 타흐리르 광장에 합류했다.
오후가 되자 시위대는 타흐리르 광장에서 출발해 무바라크 대통령 집무실 등 시내 주요 지점을 향해 행진에 나섰으며, 카이로 시내 다른 지역에서도 수천명의 시민이 모여 백만인 행진에 동참했다.
카이로 시내 주요 지점에는 군 병력과 장갑차가 배치되고 헬리콥터들이 중심가 주변을 선회했지만, 시위대에는 별다른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야권은 이날 백만인 행진을 마친 뒤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어서 산업활동의 전면 중단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생필품 품귀현상 = 시위가 8일째로 접어들면서 대형 점포들이 문을 열지 않아 생활필수품 품귀 현상과 함께 식량난이 빚어지고 있다.
대형 할인점인 까르푸는 시위 초기 약탈사건이 벌어진 이후 카이로 시내와 외곽 8곳의 점포를 모두 폐쇄한 상태다. 또 수퍼마켓들도 물건들이 거의 동나면서 식품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시민들은 말했다.
국영 은행들은 2일부터 연금생활자와 공무원이 연금과 월급을 수령할 수 있도록 현금지급기를 개방하기로 했다고 새로 임명된 사미르 라드완 재무장관이 국영 TV에서 밝혔다.
사미르 장관은 그러나 하루 인출금액을 1,000파운드(160달러 상당)로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에 번지는 민주화 물결 = 요르단 국왕은 국민 요구에 따라 사미르 리파이 총리 내각을 해산하고 장성 출신인 마루프 바키트 전 총리에게 새 내각을 구성할 것을 요청했다.
압둘라 국왕이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구성된 리파이 총리 정부를 해산한 것은 튀니지와 이집트 사태에 영향을 받은 요르단 국민 수천명이 거리로 나서 라파이 총리의 퇴진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요르단 국민은 연료와 식품가격이 급등한 데다 정치개혁이나 실업대책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리파이 총리를 비난해 왔다.
시리아 야당도 이번 주말 이집트 국민을 지지하고 야당 탄압과 정부 부패를 고발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지금까지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로 전국에서 300명이 사망하고 3,000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발한 지 8일째인 1일 20여만명의 시위대들이 카이로의 파흐리르 광장에 집결해 있다.(AP)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일 TV를 통한 대 국민 연설에서 9월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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