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는 나는 한손에 항상 펜을 들고 있다. 언제부터인가는 모르지만 오래된 습관처럼 펜을 들고 있는 것이다. 전화를 하거나 받을때, 무엇인가 다른 일을 하면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어떤 생각이 날때마다 혹은 무슨 말을 들을 때마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나도 모르게 어딘가에 메모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였다. 내가 다니던 직장의 기숙사 사감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본관 사무실과 기숙사는 좁고도 긴 산길은 양쪽으로 가로수가 정렬해 있고 늘어진 상수리 나와와 꽃들이 어우러져 피어있는 제법 운치가 있는 길이었다. 거리로는 10분가량 걸어야 겨우 기숙사 건물에 도달할 수 있는 꽤 먼 길이었다.
그런 이유로 기숙사 건물은 별개의 관리대상으로 정해져 있었고 본관 사무실에서 지시하는 모든 업무는 전화로 내리거나 자전거를 타고 와서 일일이 보고하는 그런 시무를 보던 시절이었다.
어느날 인가 기숙사 사감이라는 감투(?)를 쓴 나는 어김없이 전화를 붙잡고 통화내용의 일부를 메모식으로 탁상일력(하루 한장씩 넘기는 달려을 기억하는가?)에 적어가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후 꽤 오랜 시간이 흐른후였다. 부장님이 기숙사를 방문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예전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시했는데 이루어 지지 않았다며 나에게 꾸지람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마침 그때 메모를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부장님께 차한잔을 대접하고 마주 앉아서 내 책상위의 탁상일력을 한장씩 넘기며 부장님과의 대화 내용을 조목조목 일깨웠다. 그러자 부장님은 아무 이야기도 못하고 일어나면서 “사감 선생이 너무 완벽해 할말이 없네요”라면서 기숙사를 떠났다.
그후로도 오랫동안 또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서 몇번이나 이같은 일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나의 메모는 빛을 발하면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좋은 벗이 되어왔다.
오늘도 나는 펜을 들고 있다.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이같은 습관을 버리기 힘들어 펜은 나의 손을 떠날 줄 모른다. 그러나 메모하는 습관으로 인해 그때마다 잊지않고 고마움을 느낄때가 많다고 생각된다. 오늘부터 손에 펜을 들고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보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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