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대한 사랑처럼 진실된 사랑은 없다."-조지 버나드쇼
난 까탈스럽다. 식성도, 친구 사귀는 것도, 모든 일에 그렇다. 그런데, 한번 좋다고 판단하면, 오래도록 좋아하고, 반면 처음에 싫으면 되돌리기가 어렵다. 아직까지 ‘순대’라는 음식을 맛본 적이 없다. 모양도, 냄새도 싫기 때문이다.
정임이를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인데, 키가 크고 동그란 얼굴로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많이 웃었다. 시험전날 우리집에서 함께 공부를 했다. 밤 9시쯤 되자 그녀는 잠이 들었다. 새벽까지 끊임없이 깨웠지만, 눈만 떴다간 감고 아침까지 쌕쌕 잠을 잘도 잤다. 첫학기 성적이 나오자 그녀는 성적표를 바꿔 보자고 했다. 나는 1등을 했고, 그녀는 꼴찌였다. 무슨말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는 내게, 그녀는 "와 너 공부 정말 잘 하는구나"라며 해맑게 웃었다. 그녀는 단칸방에 부모님, 오빠 둘, 언니와 살고 있었다. 나는 정임이를 좋아했다.
그 후 그녀는 야간 여상을 졸업하고 작은 회사에 들어가더니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나이 많은 상사와 갑자기 동거를 시작했다. 그는 매일 밤 술에 취했고, 폭력적이었다. 그녀는 거동을 못하는 그의 부모님을 목욕시키고, 음식을 먹여드리며, 딸아이를 돌보고, 밤마다 술주정과 폭력에 시달리다 어느 날 밤 빈손으로 도망쳐 나왔다. 그 후 한 마켓에서 일하다, 착한 남자를 만나 둘이 결혼 후 작은 김밥집을 시작했다. 지금은 순대전문 식당을 하고, 서울에 큰 빌딩과 아파트 여러 채, 예쁜 아이 둘,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어서 정말 기쁘다.
지난번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바쁜 일정으로 그녀와 통화만 하고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녀가 공항으로 달려왔다. 갑자기 나타난 그녀를 보고 눈물이 솟았다.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좋았고 오랜 세월 추억을 함께한 그녀가 세월이 흐를수록 소중하다.
내년에 한국에 들르면, 그녀의 식당에서 그녀가 손수 차려주는 순대국밥을 먹으며, "와 너 정말 순대 맛있게 잘 하는 구나"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그녀가 사랑으로 만드는 음식에 대해 진심어린 칭찬을 해줄 수 있으려면, 올해는 순대 종류의 음식은 다 먹어보면서, 좋아해보려고 한다. 싫어하는 음식 순대를 먹을 생각을 하니, 떠올리기도 싫은 음식, 닭발요리를 오도독 맛있게 먹던 스탠리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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