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감기몸살에 거렸다. 그렇게 쌩쌩거리며 추운지 모르고 뛰어 놀던 아이가 몸에 손도 못대게 한다.
한시간에도 몇번씩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었다 하며 먹던 아이가 입이 쓰다며 아무것도 먹질 않는다. 아이가 많이 아픈지 아니면 꽤병인지 엄마만이 알 수 있는 기가막힌 직감으로 본 결과, 상태가 좀 심하다. 그렇다고 업고 병원을 찾을 정도는 아니고… 춥다고 덜덜 떠는 아이를 이불로 둘둘 말아주고는 방을 나왔다. 그러고는 바쁘게 저녁준비를 하느라 아이걱정을 잠시 잊고 있었다. 남은 가족과 저녁을 먹고 치우고, 나머지 집안일을 정리하고는 피곤한 몸으로 다시 아이 방을 찾았다. 열이 제법 올라 벌게진 얼굴이 되어버린 아들이 울기 직전의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몸이 꽤나 쑤시나보다. 그 순간 안타까운 마음이 두 갈래로 들었다. ‘얼마나 아프면…’ 하는 생각과 함께 ‘아. 오늘 잠은 다 잤다…’하는 생각. 아이를 위한 마음과 동시에 나를 위한 계산적인 마음이었다. 전에는 이런 나의 이기적인 생각에 아이에게 미안 해 했던 것도 같다. 그러니 지금도 그래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시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성스럽게 간호하는 엄마가 되려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인다. 바쁜 주말을 보낸 후라 그런지 이시간 쯤은 포근한 침대 속이 간절한 때지만, 아직 마음이 분주하고 심란하다.
그런데 갑자기 아들이 fish and chips 냄새가 난다며 먹고 싶단다. 이럴 땐 잠시 5초 정도 당황해 하다가 재빨리 대처할 방안을 속으로 찾아야 한다. 샌프란시스코를 그밤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살살 꼬셔서 클램챠우더(Clam Chowder)수프로 결정을 봤다. 대신 빵도 함께 넣어서… 그 밤에 주섬주섬 옷을 다시 챙겨 입고 마켓으로 향했다. 그 날따라 남편도 일이 늦게 끝나 집에 없어 피할 수 없이 내가 가야한다. 날도 왜 이리 추운지…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아들이 감기에 걸렸다는 생각을 하니 얼굴에 차갑게 부딪치는 공기가 살짝 얄미웠다. 수프와 빵을 계산하고 그도 피곤한지 충혈된 눈으로 일하는 캐쉬어의 인사를 받으며 나왔다. 다시 차가운 공기에 재빨리 차를 타고 코너를 도는데 갑자기 한국딸기 냄새가 강하게 났다. 아! 이 딸기는 어디서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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