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누군가가 가게 앞에서
생을 버렸다
나는 빵을 씹으며 그것을 보고 있다
아침 이때쯤이면 언제나 배가 고프다
반쯤 남은 버본 위스키병 손에 쥔 채
잠든 그를 아무도 깨우지 않았다
새벽이 문을 열고 들여다볼 때까지
그가 실려나간 골목을
아이들 한 때가 시끄럽게 떠들며 지나간다
삶이 반짝거린다
나는 커피를 사러 맥도날드로 들어간다
가게문 열 시간이군
일상이 중얼거린다
이윤홍(1948 - ) ‘삶’ 전문
장례식을 마치고 나오면 시장기를 느끼곤 했다. 그 마당에 먹고 살겠다는 자신이 참으로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이 시의 화자도 누군가가 생을 버린 것을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에 따라 빵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가게문을 열고 있는 자신을 느낀다. 시인은 바로 그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현대인들의 비정한 개인주의를 지적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한 젊은 극작가가 굶다가 유명을 달리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시는 그러한 비극에 대한 책임이 우리들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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