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1,000명 사망”… 국제사회 규탄
각국 정부, 군함 등 동원 자국민 소개
리비아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피의 보복’ 선포 이후 반정부 시위대들에 대한 정부의 대량 살상이 가해지는 등 리비아가 갈수록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위대가 토브룩 등 리비아 동북부 지역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리비아 시위사태는 내전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또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경진압에 항의해 사퇴한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은 카다피 국가원수가 1988년 270명이 사망한 미국 팬암기 폭파사건을 직접 지시했다고 23일 폭로했다.
◇`대량학살’ = 카다피 국가원수가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적인 유혈진압을 명령하면서 수도 트리폴리의 거리에는 시신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한 주민은 리비아 정부가 시위 진압을 위해 고용한 민병대 용병들이 움직이는 사람 누구에게나 총격을 가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건물 옥상을 장악한 특공대가 시위대에 발포하고 있다.
시위가 격렬했던 동부 도시 알-바이다에서는 비행기로 폭격을 가하고 탱크를 동원해 사람들을 죽였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리비아 시위사태로 1,000명이 숨졌다는 추정치는 신뢰할 만한 정보라며 인명피해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위대, 동부지역 장악 = 이런 가운데 리비아 동부 일대 지역은 시위대가 장악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 항구도시 토브룩 시민들은 지난 22일 외신을 통해 이 지역이 시민들의 손으로 넘어온지 사흘째 됐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시위 진압을 담당했던 리비아 군인들도 자신들은 더는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지지하지 않으며 리비아 동부 일대가 카다피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설명했다.
거리 곳곳에서는 시위대를 가득 태운 트럭들이 눈에 띄었고 중앙 광장 인근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카다피의 정치 경제에 대한 견해를 담은 혁명 지침서 ‘그린북’(Green Book)을 형상화한 동상을 파괴하기도 했다.
◇레바논, 카다피 가족 항공기 착륙 거부=무아마르 카다피의 며느리 등 카다피의 가족들을 태운 개인용 제트 항공기가 지난 22일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에 착륙하려 했으나 공항당국으로부터 착륙허가가 거부됐던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비행기에는 카다피의 다섯 번째 아들 한니발의 부인이 타고 있었다.
레바논 출신인 이 여성과 카다피 일가가 탑승한 항공기는 트리폴리를 출발, 레바논의 라피크 하리리 국제공항에 착륙하려 했으나 리비아 측이 공항 착륙 허가 전에 탑승자 10명의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해 착륙을 불허했다고 알려졌다.
◇전투기 조종사 폭격명령 거부=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 폭격을 명령받은 리비아 전투기 조종사들이 23일 폭격 명령을 이행하는 대신 낙하산으로 탈출하는 바람에 전투기가 추락했다고 리비아 뉴스 웹사이트 알-퀴라이나가 보도했다.
군 소식통은 전투기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벵가지에 도달하기 전 낙하산을 타고 전투기에서 탈출했으며, 이는 폭격 지시를 이행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앞서 또다른 리비아 전투기 2대가 몰타에 비상착륙했으며, 조종사 4명은 군부의 진압명령에 불응한 채 몰타에 망명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 규탄 한 목소리 = 리비아 정부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2일 언론 발표문을 통해 “민간인에 대한 폭력과 무력사용을 비난하며 평화적 시위를 억압하고 있는데 개탄한다”고 밝혔고, 유엔 인권위원회는 오는 25일 리비아 사태를 다룰 특별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3일 유럽 각국에 리비아와의 모든 경제관계를 중단하고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페루 정부는 시위 이후 처음으로 유혈진압에 항의하는 뜻에서 리비아와의 외교 계 단절을 선언했다.
◇땅·하늘·바다길 총동원한 대탈출 = 리비아 당국의 유혈진압 강도가 극에 달하자 리비아에서 자국민을 탈출시키려는 세계 각국의 소개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트리폴리 공항과 벵가지 공항이 수시로 폐쇄돼 자국민의 출국 수단을 항공편에만 의존할 수 없자 여객선 또는 군함을 동원한 바닷길, 또는 육로 이동 등 모든 가능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미국은 전세 페리를 동원, 리비아 인근 섬나라인 몰타로 자국민들을 피신시킨다는 방침이다.
프랑스는 이날 공군기 3대를 트리폴리로 급파했으며, 영국은 전세기와 함께 해상 소개에 대비해 해군 전함 HMS 컴벌랜드호를 배치했다.
튀니지인 3만여명은 리비아 서쪽 국경을 넘어 튀니지로 탈출했고 이집트인 5,000명도 육로를 통해 리비아를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토브룩을 장악한 반정부 시위대가 23일 무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카다피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AP)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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