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정부 시위대들이 벵가지시에서 철수 군인들이 버리고 간 무기를 군트럭에 싣고 친 카다피 세력들과의 전투 준비를 하고 있다.
■ ‘일촉즉발’전운 감도는 리비아
트리폴리 인근도시 교전 100여명 사망
주요 석유수출항 통제권 반군 수중에
리비아 동부를 장악한 반정부 세력의 수도 트리폴리 진입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리비아 군과 친정부 용병들이 트리폴리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24일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세력이 반정부 시위대를 조정하고 있다고 주장, 진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앞서 알카에다는 한 이슬람 감시 인터넷에 리바이 반정부 시위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리폴리 일촉즉발=24일 트리폴리 거리에는 다양한 군복을 입은 카다피 친위 민병대와 용병 등 중무장한 비정규군 수천명이 배치됐고, 카다피의 용병부대 ‘이슬람 범아프리카 여단’ 2,500명도 이번 사태 이후 리비아로 불려온 것으로 보인다.
무장병력은 트리폴리 거리에서 주민들을 검문하며 수도를 강력히 통제하고 있고, 탱크들도 지난 23일 트리폴리 시가지에 처음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동부를 중심으로 한 시위대의 세력이 확대되면서 수도를 향하자 카다피 지지세력이 트리폴리에 집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역에서는 정부군 소속 병사 일부도 시위대 지지를 선언하며 카다피에게 등을 돌렸으며 반정부 세력은 자체적으로 지방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트리폴리에서 50km 떨어진 자위야 지역에서는 반정부 세력과 카다피 친위병력 간 교전이 발생, 100여명이 숨졌다고 현지 일간 쿠리나가 전했다.
또 리비아 군대가 대공미사일과 자동화기를 동원, 자위야에 있는 이슬람 사원의 첨탑을 폭격하면서 인명 피해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카다피 친위병력은 미수라타를 장악한 반정부 무장조직에 대한 공격을 감행, 여러 명을 사살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반정부 세력은 오는 25일 트리폴리에서 조직적인 대규모 시위를 벌이려 조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친위병력과 또 한 번의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반정부 세력 주요 석유수출항 장악=리비아 반정부 세력이 주요 석유수출항인 라스 라누프, 마르사 엘 브레가의 정유ㆍ원유수출 시설을 장악했다고 벵가지 주민들이 24일 밝혔다.
벵가지 주민들이 자체 조직한 관리위원회 관계자인 솔리만 카림(65) 변호사는 “거대 석유수출항인 라스 라누프와 엘 브레가, 사막에서 이들 항구로 연결되는 송유관의 통제권을 (반 카다피) 혁명대원들이 탈취했다”고 말했다.
세계 12번째 석유수출국인 리비아의 원유 생산량은 로이터에 따르면 평소 하루 160만배럴에서 민주화 시위사태 이래 최소 40만배럴 정도가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반정부 시위대 배후에 알카에다”=카다피 국가원수가 24일 리비아 반정부 시위의 배후에 오사마 빈-라덴과 알-카에다가 있다고 주장했다.
카다피는 이날 리비아 국영TV를 통해 생중계된 전화연설에서 트리폴리 인근 자위야에서 벌어진 교전과 관련해 “이제 이 사안이 알-카에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카다피는 알-카에다 전사들이 10대들에게 “밀크커피에 환각제를 타서 먹이고 있다”며 “그들은 이 지역의 아이들을 세뇌시키고 잘못 행동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이들은 빈-라덴의 영향력과 권한 아래 있는 자들, 마약의 영향 아래 있는 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카다피는 “이집트나 튀니지와는 상황이 다르다. 여기서는 권한이 국민들의 손 안에 있다. 당신은 당신이 바라는 방식으로 권한을 바꿀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시위대로부터 무기를 빼앗아 폭력사태를 당장 끝내라고 촉구했다.
한편 리비아 정부는 자국의 허가 없이 입국해 반정부 시위를 취재 보도하는 외국 기자들을 ‘알-카에다의 협력자’로 규정하고, 이들 기자의 안전을 책임질 뜻이 없다고 미국 측에 통보했다고 국무부가 이날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몰타, 카다피 딸 태운 비행기 착륙 거부=카다피 국가원수의 가족들이 해외망명을 시도하려는 정황들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23일 카다피의 딸을 태운 리비아 비행기가 몰타 국제공항에 착륙하려 했으나 착륙허가가 거부돼 리비아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승무원이 처음에 그 비행기에 14명이 타고 있다고 말했고, 그들은 연료가 부족하다면서 공항 위를 선회했다”고 몰타 특파원발로 전했다.
당시 주몰타 리비아 대사가 불려나와 비행기의 착륙을 허가할지를 결정하는 협상에 참여했으며 협상에서 비행기 조종사는 카다피의 딸이 타고 있음을 확인해 줬다.
그러나 몰타 정부는 비행기에 누가 타고 있든 간에 예정된 비행이 아니기 때문에 착륙을 허가하지 않고 리비아로 돌려보냈다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카다피의 딸 아이샤는 이날 국영 방송에 출연해 “나는 한결같이 이곳에 있다”며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이에 앞서 22일 카다피의 며느리를 태운 개인용 제트 항공기가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에 착륙하려 했으나 공항 당국으로부터 착륙허가가 거부됐다고 `레바논의 소리’ 라디오 방송이 보도했다.
◇알카에다 “반정부 세력 지원”= 알-카에다의 북아프리카 지부(AQIM)는 리비아의 반 정부 세력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AQIM은 성명을 통해 “당신들(시위대)의 싸움은 알라(신)를 사랑하는 무슬림 모두의 싸움”이라며 “우리는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힘으로 당신들을 도울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혔다.
◇스위스, 카다피 자산 동결=스위스 정부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그 측근들의 자산을 즉각 동결한다고 24일 밝혔다.
스위스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연방각의(연방정부)는 리비아의 철권통치자에 의해 저질러진 리비아 국민들에 대한 폭력행위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사태의 진전을 감안해 연방각의는 카다피와 그 측근들이 스위스 내에 보유한 가능한 모든 자산을 즉각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정부는 자국 내에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여겨지는 리비아의 국가 자산이 잘못 사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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