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반하는 것들은 대개 단추가 많다
꼭꼭 채운 단추는 풀어보고 싶어지고
과하게 풀어진 단추는 다시
얌전하게 채워주고 싶어진다
참을성이 부족해서
난폭하게 질주하는 지퍼는 질색
감질이 나면 어떤가
단추를 풀고 채우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안다는 건
낮과 밤 사이에,
해와 달을
금단추 은단추처럼 달아줄 줄 안다는 것
무덤가에 찬바람이 든다고, 꽃이 핀다
용케 제 구멍 위로 쑤욱 고개를 내민 민들레
지상과 지하, 틈이 벌어지지 않게
흔들리는 실뿌리 야무지게 채워놓았다
손택수(1970 - ) ‘꽃단추’ 전문
여성의 옷을 벗기는, 조금 낯 뜨거운 이야기를 하려는 줄 알았다. 그러나 기다림의 미학을 논한 다음, 무덤가에 핀 민들레꽃을 노래한다. 무덤에 찬바람이 들지 않도록 채워주는 단추라고 한 표현이 재미있다. 꽃단추는 지상과 지하, 삶과 죽음을 하나로 단단히 연결시켜주고 있다. 시도 마찬가지다. 단추건 지퍼건 열어볼 필요도 없이 속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시는 매력이 없다. 위 시처럼, 시의 단추를 하나씩 열어볼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 때, 시를 읽는 즐거움이 있다.
김동찬 <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