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의 전쟁,
양강도 두만강변 풀섶
짐승같이 부스스한 여성들,
밀무역한 빵조각을 생쥐같이
깜빡거리며 물어뜯고 있다.
이 광경을 보고도 느낌 없는
코미디 채널로 돌려버리는 너는
한 조각 토스트를 앞에 두고 한숨쉬고 있다.
나눠가질 줄 모르는, 그런 꿈도 없는
남쪽사람 너는 빈혈과 싸워가며
<살>과의 전쟁을 힘겹게 벌이고 있다.
공부보다 기술보다 확실한 투자,
몸매만이 살길이다.
믿을만한 무기이다.
날씬날씬한 너의 몸매에서 풍기는
동물적 체취, 너의 몸매에서 피어나는
화려한 조화(造花).
서림(1956 - ) ‘몸매 이데올로기-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7’ 전문
몸매를 위해 전쟁을 한다니. 신종 이데올로기라 불러도 되겠다. 이데올로기의 목표는 무엇일까.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결과는 늘 반유토피아적인 사회를 만들어 놓고 말았다. 우리도 한 때 이데올로기를 놓고 동족끼리 피를 흘린 적이 있다. 결과는 어떤가. 한쪽은 굶어죽지 않기 위해 <쌀>과의 전쟁을 하고 있고, 한 쪽은 먹고 살만해지니까 <살>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몸매 이데올로기가 가져올 유토피아, 심히 염려스럽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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