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좋아한다. 어릴적부터 집안 여기저기에 책이 있었고, 지금도 없는 살림에 책꽂이만 무식하게 크다. 그냥 “책”을 좋아하는 것이다. 실은, 책을 많이, 빨리 읽지도 못하고 읽기 시작한 책을 끝내기전에 다른 책으로 넘어가기 일쑤여서 책상과 침대 주변에 항상 읽다만 책들이 즐비하다. 그래도 좋다. 책 표지 보는 재미, 훌렁훌렁 넘기며 내용 훝어보는 재미. 책 향기가 좋고, 책을 만지는 느낌이 좋고 요것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서점이 그냥 좋다.
그래서 한국에가면 빼놓지 않고 헌책방을 들린다. 한때 많이 읽혔을, 닳고, 손때 묻고 여기저기 접히고, 간간히 밑줄에 메모까지 해 놓은 책들을 접하는것은 알수없는 즐거움이다. 언제 누구를 위한 책이었는지 적혀있는 책은 웬지 더욱 정이간다.
2006년도, 43년동안 버클리대 앞에서 1960,70년대 반전운동, 히피 문화, 미 자유언론운동 등을 함께 겪으며 뜻있는 운동가, 학생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했던 코디스 헌책방이 문을 닫았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또 근처의 큰 체인 서점이 폐업을 했다. 곧 그 자리에 상업 상점들이 들어섰다. 속이 쓰렸다. 온라인 서점으로 쉽게 책을 구입하고, 전자책, 스마트폰으로 순식간에 책을 내려받아 서점 이용이 줄었다지만, 지식인들을 키워내는 대학가에서 장기간 지역사회와 학생들과 함께 성장한 역사깊은, 세기의 보물창고인 서점들이 문은 닫는다는 것은 정말이지 속상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바쁠수록 쉼표가 필요한 우리에게 책방이 제공해주던 자신만의 공간, 책 틈새에서 숨쉬던 여유로움, 가상 공간으로는 채울 수 없는, 내 영혼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을 우린 스스로 놓고 있는것은 아닌지.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편리한 것들이 생기고, 우리는 이를 쫒아가기 바쁘고, 옛것들은 잊혀져간다. 어쩔 수 없는 경쟁사회의 현실이라고 마냥 방관 하기에는 너무나 쓰라린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것이 안타깝다. 진정 풍요로운 삶을 위해 보존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옛것의 장점과 현재의 필요가 맞물려 공존 할수는 없을까. 비단 책을 파는곳이란 개념을 넘어 서로의 마음을 채워주는 공간을 만들고 지키는데 함께 노력 한다면……적어도 문닫는 서점을 보며 한컷의 추억이 잘리는듯한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 듯 하다.
(동양인 건강진료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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