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 두살배기 조카가 있다. 첫 조카여서인지 오늘은 과연 어떤 새로운 말과 행동으로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할까 멀리있는 신참 이모는 항상 궁금하다. 이도 없고 말도 못 하고 조그마한 눈과 입만 꼼틀꼼틀 하면서 단순히 먹고 자고 볼일 보다가 가끔 살인미소를 날려 온 식구의 우와~ 탄성을 자아냈던 콩알만했던 아기. 할아버지 배 위에 납작 엎드려 삐쳐 올라간 아톰 머리를 하고 쌔근쌔근 잠들었던, 언니 어릴적 모습을 쏙 빼닮아 언니 축소판같이 눈앞에 왔다갔다 하는 이 좁쌀만한 아기가 나는 신기, 또 신기했다.
그랬던 신생아가 이제 제법 제 의견을 표현하는 꼬마가 됐다. 통화시 또드륵 굴러가는 예쁘고 귀여운 목소리로 이모, 보고씨퍼요, 따랑해요 하며 애교를 떤다. 게다가 하루가 다르게 말이 늘어 못 하는말이 없다하니, 너무 궁금하고 눈앞에 아른거려서 얼마전 휴가를 내어 시애틀 집에 다녀왔다. 열심히 교육 시켜 놓은덕에 별로 낯설어하지 않고 이모,이모 하면서 잘도 따라 다닌다. 아마도 엄마랑 엇비슷한 모습에 경계심을 늦춘 건지도.
가만히보면, 나름 생각과 기준이 있는듯. 간혹 표현력과 행동이 어른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 인형보면 안아주고, 업어주고, 토닥 거려주고, 과자도 나누어주고, 가끔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대화도 나눈다.
찡찡대서 한마디 했더니 이모랑 안 논다고 고개 띡 돌리더니만 언제 그랬나는듯 금새 다가와 아끼던 과자를 내 입에 넣어 주면서 이모 먹으란다. 그리고 그 조그마한 입으로 미안해~ 하고 환하게 웃어 괜히 울컥하고 사람마음 찡하게 만드는 내조카 아린이. 이렇게 모두가 꾸밈없이 솔직하다면, 뒤끝없이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받아 들이며 오해도 금새 풀고 같이 웃을 수 있다면 쓸데없는 감정 대립으로 복잡히 얽힌 일들이 한결 없어질텐데.
이렇게 귀여운 조카 – 2탄이 생겼다. 3주전에 아린이 동생 도유가 9파운드 4온즈라는 거대한(?) 몸집으로 태어났다. 조카들을 보고싶은 이모의 마음이 또 불끈 - 빨리가서 꼭 안아주고 아기들의 순수하고 꾸밈없는 좋은 에너지를 한껏 받아오고 싶다. 사랑스런 조카들아 기둘려라, 이모가 간다~
(동양인 건강진료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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