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중서부에 위치한 코트디부아르(아이보리코스트)에서는 작년 11월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현직 대통령이 선거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버티고 있으면서 결국은 내란으로 번졌다가 드디어 지난 11일 선거에 승리한 새 대통령의 군에 체포되었다. 아프리카라는 곳은 선거에 지고도 버티면서 권력을 유지한 전례가 있는 별나고도 후진 곳이다.
나에게 아프리카 하면 부패한 터무니없는 곳이라고 기억하게 만든 첫 번째 사건은 이 코트디부아르의 입국비자를 신청하면서부터이다. 비자신청에 필요한 구비서류가 놀랍게도 거의 한 페이지에 가까웠다. 그 많은 서류 중에는 만들 방법이 없는 것들도 있었다.
우리를 초청한 라이베리아 혁명군이 주선해서 결국 이런 복잡한 구비서류 없이 비자를 받았다. 대다수의 후진국들의 특성이 이런 어려운 비자신청절차를 만들어 놓고 돈을 뜯어내는 관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나라의 최대 항구도시인 아비장 공항에는 새벽 3시에 내렸다. 입국 사열의 첫 번째 관문인 검역 절차에서 시비가 걸렸다. 이곳 뉴욕의 대학 병원에서 맞은 예방주사의 기록에 약물의 고유 번호가 도장이 아니고 손으로 쓴 것이어서 공식기록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억지주장이었다. 결국은 20달러짜리 한 장을 집어주고서 해결되었다.
항구도시 아비장은 아프리카 서부지역에서는 최대의 항구이긴 하지만 선원을 제외한 일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도시인 이곳에 이미 한국인이 경영하는 한국 식당이 있다고 해서 찾아 나섰다. 택시 운전사에게 식당 주소가 적힌 메모지를 건네주었는데 운전사는 글을 읽지 못하는 까막눈이었다. 하는 수없이 호텔로 되돌아와서 호텔 직원이 설명을 해준 다음에야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식당은 이미 개업한지 20년 가까이 되었다는 것이어서 더욱 놀라웠다. 이때 이미 이곳에 많은 한국인 상인들이 자리하고 있어서 또 한번 놀랐다. 그때 한창 성행하던 사진현상소 (One-Hour Photo Shop)를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 이것은 모두 한국인들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나라에서는 날이 저문 다음에 자동차 여행을 삼가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다. 날이 저물면 곳곳에 경찰이 바리게이트를 치고 검문을 하고 있는데 검문이라기보다는 돈을 뜯는 경찰의 사업장이었다. 육로를 따라 라이베리아로 가는 길은 하루 종일이 걸렸고 하루 밤을 보낸 다음 국경을 건너 혁명 중인 라이베리아에 들어가니 혁명군의 국방장관이라는 자가 마중 나와 있었다. 이곳에서 다시 두어 시간 혁명군의 본부가 있는 그 방가라는 곳으로 가야했다.
또 한번 놀란 것은 그들의 국방장관이란 자가 돈 뭉치를 가지고 다니면서 검문소마다 지키고 있는 소년병들에게 일일이 몇 푼 씩 돈을 나누어주는 것이었다. 일반화된 아프리카 식 톨인 셈이었다. 아프리카 여행 중에 알아두어야 할 교통 관행인 것을 배웠다.
박중돈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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