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원
정법사 주지
내가 누구인가를 보다 잘 이해하려면 그와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대화를 나누지 않고 누구인가를 바르게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모와 자식사이에도 항상 대화가 있어야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고, 부부사이에도 인격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서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대화는 상대방에게 나를 알릴 수 있는 길이자 내가 상대방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부처님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으려면 부처님과 인격적 대화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경전을 읽는 것이요 염불하는 것이며 조용히 참선(명상)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경전은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중국의 선종사에 육대조사인 혜능은 출가하기 전 산에 나무를 해다 파는 시골뜨기 촌부였다.
어느 날 그가 나무 짐을 지고 남의 집 앞을 지나다 누구인가가 경전을 읽는 소리를 듣고 귀가 번쩍 뜨였다. 그래서 혜능은 이제까지의 삶을 정리하고 출가하게 되었다.
혜능은 한 귀절의 부처님 말씀을 듣는 것이 계기가 되어 육조대사라는 불교사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으며, 오늘의 불교 선종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울 수 있는 문을 열었다. 혜능대사는 단 한번의 만남으로 인생을 바꾸었지만 우리는 수없이 많은 경전을 읽고 있으면서도 인생의 전환점을 이루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려는 자세가 다르기 때문이다.
혜능은 순수한 마음으로 들었는데 비해 우리는 욕심으로 들으려 하기 때문이며, 혜능은 믿음으로 들었으나 우리는 아직도 망설임이나 의구심으로 읽기 때문이고, 혜능은 영혼의 마음으로 들었지만 우리들은 그저 소리정도로 지나치기 때문이다.
오늘의 우리들도 혜능처럼 삶의 새로운 계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경전을 눈으로만 읽은 것이 아니라 부처님과의 인격적 만남으로 읽어야 하고 경전을 통한 부처님의 소리를 귀로만 들으려 할 것이 아니라 내면의 영혼으로 들어야 할 것이다.
경전은 범부들의 욕심스러운 말이 아니라 인생 삶의 가치를 일깨우고 생명의 존재 의미를 일깨우는 부처님의 말씀이다. 경전은 존엄한 생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말해주고 있으며 우리가 이웃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경전을 통해 부처님과 인격적인 대화를 나누려는 사람은 글자만을 읽어서는 안되며 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부처임의 말씀인 경전은 욕심으로 읽는 글이 아니다.
자기를 비우고 열려있는 마음으로 읽어야 할 말이요 글이다. 오늘의 우리가 2500여년 전의 부처님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길은 경전을 떠나서 따로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경전을 읽지 않는 사람은 부처님을 만날 수도 없고 부처님 말씀을 들을 수도 없으며 부처님의 뜻을 이해할 수 조차 없다.
오늘 우리들이 항상 읽고 있는 경전 속에는 부처님의 육성이 메아리 치고 있으며 오늘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일깨우는 삶의 지혜가 있다.
경전을 통한 부처님의 소리는 속삭임이기도 하고 온 세상을 울려주는 사자후이기도 하다. 또 우리의 허물을 일깨우는 경책의 소리가 있고 들뜬 마음으로 방황하는 우리를 달래주는 잔잔한 파도같은 소리가 있다. 또한 자기반성 없이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우리를 향해 너는 누구냐고 묻는 말씀이 있고, 자기 무능력을 한탄하는 우리를 향해 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라는 희망의 소리가 있다.
그러므로 결단을 앞두고 망설임이 있을 때 부처님의 말씀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실의와 좌절에 직면하였을 때 교만해지려고 할 때, 억제할 수 없는 증오와 분노가 일어날 때 조용히 부처님의 말씀을 읽을 수 있어야 부처님의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경전을 통해 부처님의 소리를 듣는 것은 우리와 부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며 인격적인 대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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