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년 동안 사회생활을 한 후 대학입학을 준비할 때 건강하지 못했던 나는 체력장이 걱정이 됐었다. 무작정 고등학교 체육선생님을 찾아간 나에게 의외로 선생님은 쉽게 지도를 승낙하셨다. 그래서 저녁이면 빈 운동장에서 선생님과 여러 날 동안 같이 연습했다.
덕분에 나는 20점 만점에 19점을 받았고 재미나고 바쁜 대학시절 마음뿐 선생님께는 연락 한 번 드리지 못했다. 어느덧 미국에서 23년째 교사를 하다 보니 선생님 생각이 자주 떠올랐다. 그러다 지난해 여름 한국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생겨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을 수소문했다.
호텔에서 만나기로 한 날 30분 일찍 나가 앉은 나는 선생님의 얼굴이 가물거려 마음 조리는데 커피숍 입구에 나타나신 분은 고등학교 때 쩡쩡 울리는 목소리로 호령하시던 그 모습의 체육선생님이 아니던가. 우리는 옛날 학교도 방문하고 30년간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학교 근처 떡볶이 집과 문방구점을 두루 둘러보고 남산 케이블카 밑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도 했다.
선생님을 뵈면서 다시 한번 다짐했다. 내게 남겨진 시간을 선생님처럼 좋은 스승으로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올 스승의 날을 지나면서 선생님의 모습이 무던히도 그리워진다.
신금주/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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