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가 한국에 보낼 차기 대사로 한국태생의 외교관을 내정했다는 소식이다. 양국이 1882년 외교관계를 맺은 이래 처음으로 미국이 한국계 인물을 주한대사로 임명한 것이다. 이로써 앞으로 한미관계가 더욱 발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는 물론 이곳에 사는 우리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미국 내 한인들이 중요한 지위에 올라 큰 기여를 할 때 우리들의 위상이 높아지기 마련이고, 앞으로 미국의 정계, 관계 등 여러 분야에서 유능한 한인 지도자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할 것이고 또 분명히 많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요즘 미국 내 한인사회는 다른 일로 술렁이고 있다. 내년으로 다가온 한국의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얼마 전 한국정부에서 통과된 재외동포 참정권의 시행을 둘러싼 논의가 가열되고 있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선거가 있을 때마다 미주동포사회도 덩달아 선거 열풍에 휩싸이곤 했다. 이번에는 재외국민들도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그 열기가 일찍부터 달아오르고 있고, 예년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벌써부터 한국 정치인들의 미주 방문이 잦고 미국 전역에서 한국의 정당이나 후보들을 후원하는 단체들도 속속 만들어져 활동에 들어가고 있다. 24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미주 한인들 가운데 재외국민으로서 투표할 수 있는 사람은 80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이 숫자는 선거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작지 않은 숫자라고 한다. 그러니 한국에서도 해외동포 유권자들, 그 중에서도 특히 미주동포 유권자들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가 국민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재외동포가 본국 정치에 참여할 때 여러 가지 폐단도 빚어진다. 무엇보다도 동포사회가 자칫 이민생활과 무관한 본국의 정치 이슈에 휘말리면서 논쟁, 갈등, 분열을 일으키기 쉽고, 지역마다 한인회, 평통, 상공회, 동창회, 향우회, 재향군인회, 노인회 등 수많은 단체들이 한국 선거에 자의반 타의반 관여하게 되어 특정 정당이나 후보 지지를 둘러싸고 티격태격할 것이 예상된다.
게다가 선거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벌어지는 부정과 비리 등도 동포사회를 어지럽힐 것이다. 벌써부터 미주동포사회에서 내년 선거와 관련한 불법 선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재외동포에게 참정권이 주어지면서 본국 정치권 진출을 노리는 동포들의 숫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본국에 돌아가서 정치를 통해 기여하겠다는 명분은 그럴 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이는 고금을 통해 정치에 큰 기대수익을 걸어온 정치지향성의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떻게든 금배지 한번 달아 보겠다”는 속셈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애당초 이 땅에 와서 열심히 일해 성공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 주류사회에 진입하여 자신과 사회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초심이 있었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하지만 있었다 해도 이제 본국 정치에 더 기웃거리게 되었으니 뜻이 흐트러질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이 수장으로 있는 단체가 동포사회를 위한 본연의 임무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도 없을 것 아닌가.
미주동포사회가 본국 정치의 복사판 또는 본국 선거의 대리전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미국 시민권자는 물론이고 영주권자들도 한국보다는 미국의 정치와 선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하는 것이 한인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싶다.
기억할 것은 내년에 한국도 선거를 치르지만 미국도 대통령을 비롯해 지도자를 뽑는 선거를 치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주한인들로서는 이제 미국 선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번에 내정된 한국계 주한미국대사처럼 미국 내에 더 많은 한국계 지도자들의 진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석정
일리노이주립대
경영대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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