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살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한국에선 인기 아나운서 송지선이 지난 5월23일 투신했고 나흘 후에 인기가수 채동하가 목을 맸다. 지난 7년간 11명의 젊은 연예인이 자살했다. 이곳 워싱턴 대학(UW) 학생들 가운데도 금년학기에만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UW의 캠퍼스 자살률이 예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소식이다.
자살은 범죄가 아니다. 하지만 자살을 돕는 건 범죄이다. 소위 ‘존엄사법’을 제정한 워싱턴, 오리건, 몬태나만 예외다. 이들 서북미 3개주는 말기환자가 두 명의 의사로부터 시한부 목숨임을 진단받고 “앓느니 차라리 죽겠다”며 자살선택의 결심을 증인들 앞에서 분명히 밝힐 경우 의사로부터 독극물을 처방받아 자살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존엄사법의 대부는 잭 케보키안이다. 아르메니아계 의사인 그는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살하는 것은 그의 기본인권이라며 약 10년에 걸쳐 최소한 130명(자기 말로는)의 말기환자들을 자살하도록 도와 ‘죽음의 의사(Dr. Death)’라는 별명이 붙었다.
무신론자이며 재즈연주자에 ‘엽기 화가’이기도 했던 케보키안은 1990년 처음으로 알츠하이머 환자의 자살을 도왔다. 그가 고안한 자살 주사기의 버튼을 환자가 스스로 눌러 자살하게 했다가 살인혐의로 기소됐으나 당시 미시간에는 자살방조행위 처벌법이 없었기 때문에 기각 판결됐다. 그는 다음해 윤리결여를 이유로 의사면허를 박탈당했다.
그 후에도 케보키안은 비슷한 혐의로 4차례나 기소됐지만 번번이 풀려나 자살선택권의 수호신으로 떴다. 우쭐해진 그는 1998년 자신이 루 게릭 병 환자에게 직접 독약을 주사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CBS의 ‘60분’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명백한 증거물을 스스로 헌납한 셈이다. 꼼짝없이 살인범으로 기소된 그는 최고 25년을 선고받고 8년을 복역한 후 다시는 자살방조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2007년 보석 석방됐다.
편안하고 존엄성 있게 죽을 권리를 제창했던 케보키안(83)이 지난 3일 숨졌다. 자기 같은 자살방조자의 도움 없이 죽은 그를 비판자들은 위선자라며 매도했다. 그 자신 오래전 감염된 C형간염이 복역 중 간암으로 악화돼 1년 시한부 삶을 진단받은 말기환자였지만 자기가 도와줬던 130여명처럼 자살하지 않고 보름이상 입원해 있다가 죽었기 때문이다.
케보키안이 인도주의자인지, 저승사자인지 아리송하지만 죽는 사람의 고통을 덜
어주자고 주창한 사람은 옛날에도 있었다. 1700년대 프랑스 의사였던 조셉 기요틴이다. 루이 16세가 당시의 잔인무도한 ‘거열 사형’(수레바퀴에 죄인을 묶어 돌리며 몽둥이로 작살낸 후 죽을 때까지 방치)’을 금지시키자 기요틴은 “동일 죄목의 사형수들은 귀족천민 구별 없이 동일한 방법으로 단숨에 목을 잘라 통증을 줄여주자”는 등 6개항의 새로운 ‘인도주의적’ 사형 집행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결과적으로 단두대가 탄생했고 거기에 기요틴의 이름이 붙었다.
공중 높이 밧줄에 매인 거대한 작두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며 밑에 엎드린 죄인의 목을 눈 깜짝할 사이에 동강내는 기요틴은 그 뒤 격동의 프랑스 혁명과 맥시밀리엔 로베스피에르의 철권 테러통치를 거치며 최하 1만6,000명, 최고 4만여명의 목을 잘라낸 것으로 추정된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뜨와네트 왕비는 물론 로베스피에르도 기요틴의 이슬이 됐다.
아마도 요즘 자살하는 젊은이들에게 케보키안의 자살주사기나 기요틴의 단두대를 이용하라면 기겁할 것 같다. 그보다 더 ‘우아하게’(?) 목숨을 끊는 방법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윤여춘
시애틀 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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