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뜬다. 동녘 하늘 어둠을 헤치고 햇살이 찬연하게 퍼지는 이른 새벽부터 사위가 부산하다. 특히 화창한 날 아침에는 더욱 소란스럽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데 오늘은 일상사의 시작을 뒤로 미루고 잠자리의 달콤한 게으름에 빠져든다. 마음은 어느덧 꿈결인 듯 아득한 옛 고향 들녘으로 달려간다.
참새는 한국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텃새다. 전선줄이나 빨래 줄에 가지런히 앉아 깃털을 가다듬으며 해바라기하던 참새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가을 황금벌판위로 나지막이 군무(群舞)하던 참새 떼, 뙤약볕아래 종일토록 고행하는 수행자처럼 무언무심(無言無心)으로 관조(觀照)하던 허수아비들, 모두가 잊을 수 없는 고향의 소묘(素描)가 아닌가.
동식물지리구의 분류에 따르면 참새는 한반도를 포함한 유라시아지역에서 서식한다는데 어쩌자고 바다 건너 먼 미국까지 흘러 들어와 살고 있을까.
이곳 까막까치나 갈매기는 모두 덩치가 우람한데 참새는 예나게나 크기가 엇비슷하니 혹시 이국생활이 고달파서 그런가 싶어 동류의식이 든다.
동식물도 원래의 생태계를 벗어나 새로운 자연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하물며 사유와 정서의 뿌리를 깊이 내렸던 고향산천을 떠나 타지에서 살아가야하는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설령 우리가 자유와 풍요 속에서 살고 있더라도 항상 목마름 같은 노스탤지어가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참새들도 그러하리라.
참새는 작아도 참(眞)새 이듯이 한국인들이 비록 체구는 작으나 당차게 노력하면 능히 큰일을 성취할 수 있을게다. 최근 미국사회에서 적지 않은 한국계인사들이 정계나 재계 또는 문화계 등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우리자손들도 당당하게 대망의 날개를 펴고 참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아침 참새소리가 새삼 정겨워진다. 설령 현실의 삶이 마음 같지 않더라도, 때로는 익숙하지 못한 비바람에 잠시 힘들더라도, 내일을 위한 희망과 각오로 오늘 하루를 시작하리라.
“아버지가 내게 말씀 하셨다./참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는 새에게 말했다./참새가 되어야 한다고“
정호승 시인의 <참새>라는 동시가 생각나는 눈부신 아침이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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