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극을 보면 퓨전 사극이라고 해서 조선 시대의 복식과 사회상이 그다지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등장인물들의 옷은 모두 화려하고, 사대부 처자들은 공개적으로 연애를 하기도 한다. 1889년 조선으로 파송되었던 캘리포니아 출신의 선교사 새디 누스가 쓴 “새디, 한국으로 가다”를 보면 조선 말의 풍속이 그와는 아주 달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단 흥미로왔던 부분은 당시 일부 미국인들은 조선 사람들을 흑인으로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의 편지에 일부 사람들의 쓴 글과는 달리 조선 사람들의 피부는 검은 색이 아니라 갈색이라고 쓴 대목이 있다. 아믛든 그녀는 조선의 아이들은 아주 예쁘다고 하면서, 아이들은 분홍이나 노랑, 빨간색 등의 밝은 색 옷을 입지만 나이 든 여자들은 주로 흰색을 입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슬픔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중년의 여인이 거리에 나오려면 수백년 된 관습에 따라 긴 초록색 비단 외투로 머리를 가리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이 옷을 살 돈이 없기 때문에 흰 면을 치마처럼 만들어서 그것으로 머리를 가린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 나이를 지나면 여인들은 거의 외출을 하지 않으며, 신분이 높은 가정에서는 부득이한 경우 밤에 가마를 타고 나온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미국의 여성들은 아담한 부엌에서 다림이 판을 놓고, 그것도 일주일에 단 몇시간 동안만 다림질을 하기 때문에 한국의 자매들이 얼마나 안됐는지 잘 모를 것이라고 한다. ‘풀을 먹이는 방법’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그녀는 이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힘든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좋은 옥양목은 잘 다려지면 마치 비단처럼 보이는데, 여인들은 남편들의 옷맵시를 위해 이처럼 수고를 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그녀는 “하루 종일 듣게 되는 다림질 방망이 소리가 이제는 익숙해졌으며, 자정이 넘은 시각 잠이 깬 어느 날 돌담 너머에서 밤을 새우고 있는 이 불쌍한 여인네들이 이제는 다림질을 끝내기를 바란다.”고 일기에 쓰고 있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 역시 조선 시대 여인들에 대한 연민이 생겨났다. 많은 사람들이 교과서 못지않게 사극을 통해서도 역사를 배운다. 드라마는 재미있어야 하겠지만 그 영향력을 생각하는 가운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진지함 또한 잃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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