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대기 상태이던 항공편이 끝내 나오지 않아 부득이 동경을 경유하는 일본항공편을 구했다. 인천공항이 생긴 이후로는 갈 기회가 없던 김포공항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내 기억 속의 그 곳은 누군가가 외국으로 떠날 때 일가족이 총출동해 이별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뿌리던 곳이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기상관계로 출발이 지연되어 김포에서 동경까지는 일본항공 대신 대한항공을 타게 되었다. 먼저 지정된 자리에 앉아 나머지 승객들이 탑승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승객의 대부분이 일본여성이었다. 연령대도 다양하였다. 의아하게도 서로가 잘 아는지 친하게 인사를 교환한다. 내 옆에 앉은 두 명의 적어도 사십대로 보이는 여성도 한국 연예인 사진이 박혀있는 엽서를 꺼내어 서로에게 보여주며 잘 생겼다고 난리다. 웃음이 저절로 났다. 뉴스에서 보고 들은 대로 사진 속의 스타는 일본에서 인기 있는 한류스타임에 틀림없나 보다. 앞에 앉은 승객과도 친분이 있는지 각자 가지고 있는 사진들을 꺼내 서로 보여주며 교환하고 너무들 행복한 표정이었다. 곁눈으로 훔쳐보니 사진 속 “장근석”이라는 배우가 귀엽고 잘 생기긴 한 것 같았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며칠씩이나 그 연예인을 만나려고 현해탄을 건너 올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궂은 날씨인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10년 전쯤인가? 그 때도 김해공항에서 동남아에서 단체로 온 승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당시 “안재욱”이라는 배우의 제주 여름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그 땐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와서 그런가 보다 했다. 일본은 다르지 않은가?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어서 물어 보았다. 이번 한국방문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아니나 다를까? 장근석이라는 배우의 팬 사인회가 있었는데 그 이벤트에 참가하려고 왔다고 한다. “직접 만나보니 너무 멋있고 함께 한 그 시간이 정말 행복했어요. 한국 너무 좋아요. 한국말 공부하고 있어요” 라면서 얼굴이 살짝 상기된다. 똘똘 말은 대형 브로마이드를 구겨질세라 신주 단지 모시듯 한다.
이런 일본 한류 팬들의 열광적인 행동을 우리나라 사오십대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특히 미국에 살고 있는 교포들이. 일본 혹은 미국 하면 뭐든 최고로 알았던 우리 세대에겐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신선하고 한편 자랑스럽지 않은가? 순간 반성했다. 아! 나 만의 잣대로 대상을 평가해서는 안 되겠구나!
(의료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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