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 부터 아무생각 없이 살아서 그런지 눈치가 참 없는 아이로 자랐던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로만 생각하는 아주 단순한 아이였다. 그래서 옆사람의 말도 잘 믿고 꼬임에도 잘 넘어가는 부모가 보기에는 좀 답답한 아이... 그런 아이가 세상에게서 배운 현실이란 참으로 이해 하기 힘든, 적응안돼는 안 할 수도 없고 하기도 괴로운 학교 수업처럼, 긴 한숨이었다.
그렇게 저렇게 이모양 저모양의 그 현실안의 현실에 부딪혀 살다보니 내게는 눈치를 겸한감이라는 것이 생겼다. 요즘 말하는 촉이라는 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사람관계에서는 이 촉이 참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여자들이 모여서 나누는 수다 속에서 대부분 말이 그 말의 전부가 아님을 알 수가 있듯이 그 말 속에 그 사람의 깊은 의도와 그 말 속에 그 사람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등의 감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맞장구를 쳐도 오해가 없이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몇 친구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소재가 남편의 얘기로 몰렸다. 한 친구가 본인과 남편과의 갈등으로 속상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다른 한 친구가 자꾸 그 사람의탓으로 몰아가며 시어머니처럼 잔소리식의 훈계로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슬슬 옆에서 듣던 나도 불안해 지더니 결국은 둘의 언쟁으로 불이 붙어 버렸다.
벌어지는 상황들을 최대한 짧은 시간에 분위기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센스는 특히 요즘 같이스피드화된 문화속에 필요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른들이 인생에 대한 대화를 하고 있는데, 자녀가 그 대화에 철 없이 끼어들어 꼬치꼬치 옆에서 물어볼때와 같은 상황에서 부터 시작해서 원하는 것을 사달라 조를때마다 부모가 거절 할 때의 두가지 의미, 즉 정말 돈이 없어서 거절 할 때와 정말 아이에게 사 줄 필요가 없을 때를 촉으로 잘 판단해 주는 감이랄까? 다른 어른에게 민망해서 부모가 타이르며 슬쩍 눈치를 줄 때, 알아서 그 대화에서 빠져주는 센스나, 무엇을 사달라 조를 때 아무런 말 없이 거절 하면 알아서 일단 포기 해 주는 감을 가진 자식이 있다면 그 아이는 어디다 내 놓아도 마음이 놓일 것 같다.
나의 어린 시절은 이런 감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이유모르게 많이 맞았나 싶다. 얼마나 속상했으면, 얼마나 내가 부모 속을 몰랐으면…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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