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지날수록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은 진하다고 했던가! 살아 갈수록 입맛도 어릴 적 엄마의 음식 맛이 최고였던 것처럼 느껴진다. 그 뿐만 아니다 고향 마을 골목과 옛 친구들의 모습과 같이 놀았던 놀이들도 꿈처럼 아련히 머릿속에 오르내리곤 한다. 말 또한 순전한 사투리가 순간 순간 튀어나와 주위를 웃기는 일도 다반사다.
전라도 사람인 내가 충청도 사람과 결혼을 했다. 결혼초기에는 새댁이랍시고 조심을 했던지 말을 느리게 했고 100%충청도 사람인 가족들과 어울려 살다 보니 충청도 사투리까지 제법 구사하고 살았던 모양이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 충성도 사람이냐는 말까지 듣곤 했다.
그랬는데도 바쁜 일이 생기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급한 전라도 억양이 자연스럽게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그럴수록 미국에서 태어난 내 아이들의 언어교육을 위해 사투리만큼은 쓰지 않으려 단단히 결심을 했었다.
우리의 언행은 훈련하기 달렸기에 조심하면서 삼십년을 살았으니 이젠 사투리는 아주 잊어버렸어야했다. 이론은 그런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나이가 들수록 어디엔가 저장되어있는 그 억양과 단어들은 무시로 튀어나왔다.
얼마 전의 일이었다. 남편이 집 떠난 아이를 위하여 티 테이블을 만들었는데 유연하게 마무리한 솜씨가 프로에 가까웠다. 어떠냐고 묻는 그에게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대답했다. ‘good good 겁나게 good!’ 아이고 머니나! 누가 내 입을 조종했더란 말인가! 분명히 머리로는 ‘good good vary good!’ 했는데………
남편이 배꼽을 잡았음은 물론이었다. 며칠 후 딸내미가 전화를 해왔다. 예상하지 않았던 시간에 받는 전화는 행복하기에 충분 했다. 그 마음이 저절로 전화기 저쪽에 전해진 모양이었다. 웃음 가득 담긴 딸내미의 말소리가 들렸다. ‘happy happy 겁나게 happy!’ 오~매~ 참말로 이양반이 혼자 웃기가 아까웠던 모양이네. 그사이에 딸내미에게 까지 말을 다했네.
여우도 죽을 때는 살았던 굴 쪽으로 머리를 향한다더니 전라도 토종 피가 흐르는 나도 어느새 정서와 감정의 각도가 점 점 ‘고향 쪽으로 도~라~아~섯!’ 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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