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에 특별한 솜씨가 없는 나는, 때와 계절에 맞춰 가족들을 살피는 일이 쉽지가 않다. 어떨 때는 어려운 숙제를 하는 아이의 마음이 될 때도 있다. 이런 나도 좋아하는 집안 일이 있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구별해도 된다면, 나는 다림질을 참 좋아한다. 깨끗이 빨아 잘 말린 옷에 살짝 물을 뿌려 다림질을 할 때, 참 기분이 좋다. 잔잔한 주름까지 말끔히 펴져 반듯하게 모양을 잡은 옷을 걸어놓으면 내 마음도, 표정도 펴지는 듯 하다.
나는 다림질을 하면서 혼잣말을 하는 버릇이 있다. 다림질을 하는 동안, 다리고 있는 옷의 주인과 나누는 대화라고 할까…… 첫 아이의 출산일을 기다리며 아이에게 처음 입힐 옷을 빨아서 다림질하며 했던 기도 같은 혼잣말, 그 바람대로 건강하고 착하게 잘 자라주는 아이가 고맙기만 하다. 요즘은 제법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 큰 아이의 청바지를 다리면서, 곧 시작될 사춘기를 너무 심하게 치르지 않고 잘 지나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기도에 실어 본다.
귀여운 고양이 무늬 티셔츠를 다림질하면서, 꼼꼼하고 야무진 둘째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나지막이 속삭여 본다. ‘조금만 더 편안하게 해.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야.’ 자기가 좋아하고, 그래서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하고도 실수할까 두려워 선뜩 용기 내지 못하는 딸아이를 볼 때가 있다. 격려하고 응원하는 엄마의 마음이 이 고양이 무늬 티셔츠를 입고 집을 나서는 아이의 발걸음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는 오늘 아침, 남편의 셔츠를 다린다. 잘 마른 셔츠에 살짝 물을 뿌리고 살살 손으로 모양을 잡아본다. 나의 마음이 내 손길을 따라 이 옷을 입는 남편의 어깨 위에 전해지기를 바란다. 참으로 다정하고 이해심 많은 남편의 사랑과 배려에 늘 감사한다.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어려운 경기 소식 속에서라도 출근하는 남편의 얼굴이 늘 밝았으면 좋겠다. 이 셔츠를 입고 마음 속에 큰 꿈을 품고 일터로 향할 남편을 생각하며 정성껏 다림질을 한다. 나의 사랑과 존경을 함께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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