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글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었다. 한국어교육재단 주최로 재단 내 청소년자원봉사단 학생들과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반 학생들이 모여 한글날 기념식과 함께 한복 입어보기, 붓글씨 쓰기 대회도 하고, 한국 음식도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한국어 고급반 학생이 훈민정음 서문을 한국어와 영어로 낭독해 주어서, 백성을 사랑했던 세종대왕의 마음을 되새겨보는 시간도 가졌다.
그간 여러 곳에서 기증받은 한복을 참석한 학생들이 나눠 입고, 붓글씨 쓰기를 했다. 처음 붓을 잡는 모습이 어설프기도 했지만, 교사의 안내에 따라 먹물을 묻혀 정성껏 글을 쓰는 모습들은 사뭇 진지했다. 참석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붓글씨 쓰기를 마쳐갈 무렵 아직도 한복을 입는 곳에서 몇 명의 학생이 모여 있어 가 보았다. 한복을 차려 입은 한 학생이 저고리 고름 매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옆에서 갓 돌을 넘긴 딸을 안고 있는 남편과 함께 여러 번 고름을 풀었다 매었다 하며 고름 매는 법을 꼼꼼히 익히고 있는 것이다. 이분이 이렇게 한복 입는 법 익히기에 열심을 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부부는 스텐포드 대학에서 일하시는 미국인들이다. 이 분들은 일 년쯤 전, 한국어 초급반을 등록하여 공부하기 시작했다. 곧 한국에서 아이를 입양해 올 것인데, 그 아이보다 먼저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익혀서 아이에게 모국인 한국에 대해 알게 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 후로 이 분들은 학교 공부뿐만 아니라 각종 한국 문화 행사에도 참석하여 본인들이 직접 경험하고 배우기에 열심을 냈다. 이날도 딸 아이와 함께 예쁜 아기 한복을 들고 오셨다. 옷을 갈아 입히는 동안 “한복, 한복”을 반복하며 아이에게 옷의 이름을 알려주는 모습이 참 다정해 보였다.
불고기와 잡채, 매운 떡볶이를 맛있게 먹고, 세종대왕과 한글, 그리고 직지를 알고, 한국 문화를 익히고 누리며 살아가는 이 부부. 딸아이의 잠자는 시간에 맞춰 서둘러 귀가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 가득 잔잔한 감동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IIC 한국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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