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센터 한빛예술단 공연을 보고
앙상한 낙엽이 휘날리는 만추(晩秋)의 계절, 11월 둘째 주말 일요일 워싱턴 DC에 있는 케네디 센터에서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한빛예술단’ 공연을 감상했다. 한빛 예술단은 버겁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앞 못 보는 아픔을 이겨내고 희망의 선율을 전달했다. ‘아름다운 공존(共存)의 세상을 만들자’는 음악회 테마처럼 음악회는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한인 이민자들에게 감동과 위안을 선사했다. 빛 대신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음악이 그들의 희망이 되어준 것처럼 타인들에게 음악으로 희망(希望)과 용기를 심어주었다.
고국에서는 수백 차례의 공연이 있었지만 워싱턴은 창단 이후 처음이라 서먹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杞憂)였다
공연단원은 40여명으로 구성되었다. 주로 오케스트라 단원인데 브라스 앙상블, 체리티 합창단, 빛소리 중창단 등이다. 이재혁 지휘자는 희망(Hope)이라는 주제로 세계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단원들은 모두 헤드셋을 착용하고 오로지 지휘자의 소리를 듣고 연주와 찬양하는 모습이 그렇게 장하고 가슴 찡했다. 이아름 양의 ‘Greatest Love of all’과 ‘over joyed’의 찬양은 음악에 문외한(門外漢)인 나의 눈시울을 붉어지게 했다. 그 어려운 영어와 악보를 외웠으니 신(神)이 특별한 재능을 내린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1부에서의 감동은 2부에서도 계속됐다. 윤석연 양의 청아한 솔로에 객석은 감동의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바람 불면 쓰러질 것 같은 가냘픈 모습이지만 하나의 흐트러짐 없이 침착한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시각 장애인들의 연주와 찬양은 허공(虛空)을 가르며 ‘사랑과 희망’으로 승화됐다. 역경 앞에 예술의 힘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 온몸으로 연주하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다양한 레퍼토리의 음악은 시공(時空)을 초월하는 듯 했고 애잔함이 묻어났다.
러시아에서 선교하는 김바울 목사님은 한마디의 말도 통하지 않았지만 역경 속에서 음악으로만 통하는 젊은 청소년들에게 찬양과 한국민요, 가요들을 가르쳐 지금은 세계적으로 찬양사역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은혜와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모든 종교는 음악을 중요시한다. 노래는 슬픔을 이겨내고 절망을 극복하는 놀라운 힘도 있다. 시각 장애인은 빛 대신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우리에게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또한 그들은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보란 듯이 하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우치게 했다. 음악을 직업으로 택해 사회인으로 우뚝 선 그들의 모습이 한없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나도 나이가 들수록 음악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젊어서는 먹고살기 바빠 음악을 들을 시간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는데 이제는 꼭 음악을 들으며 운전할 정도로 바뀌었다. 매주 상록대학에서 즐겁게 합창도 연습하며 음악 애호가가 돼 가고 있다. 가슴에 와 닿는 좋은 음악으로 워싱턴의 만추를 장식해준 ‘한빛예술단’ 단원들과 김양수 단장님, 이재혁 지휘자 등 모든 참가자들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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