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르지만 한국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을 보면 대견스럽다. 문법이 틀리고 존칭어가 합당치 않아도 이해하고 웃는다.
지난 달, 메디케어 처방약 플랜 점검을 위하여 시니어 센터에서 여러 어르신들을 젊은 사람들과 함께 도와 준 일이 있다. 내가 어르신 한 분을 도와주고 있을 때 처방약에 대하여 잘 아는 앳돼 보이는 약사가 여러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어서 고맙다고 칭찬을 해 주었다.
그랬더니 도우미 없이 할아버지가 직접 하고 계시냐고 묻기에 내가 할머니를 도와주고 있다고 대답했다. “와! 할아버지 신통하세요!” 칭찬을 해 주니 기분이 좋기는 했으나 형용하기 어려운 이상한 기분이었다.
매년 도와주고 있는 일인데 젊은이들이 보기에 신통하게 보이는가 보다. “할아버지 기특해요! 멋쟁이에요!” 하며 칭찬을 하는데 당황스러웠다. 칭찬은 칭찬인데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칭찬해 주니 좋아하나보다 하고 생각하는 듯했다. 아마 어머니한테서 잘 했을 때 칭찬으로 들었던 말을 내게 써 먹고는 흐뭇해했으리라.
요즘은 70세가 넘는 노인도 이메일에 킨들까지 하는 것은 흔한 일이고 스마트 폰까지 한다고 으스대는 80대 노인도 있다. 한 번은 할머니가 태블릿을 가지고 와서 성경을 읽고 스마트 폰도 손가락으로 아래 위로 쓱쓱 그으며 사용하는 흉내를 내며 자랑을 해서 한바탕 웃은 적도 있었다.
기특한 노인들이 많아서 좋다. 노인이라고 아무 것도 못한다고 집에 들어 앉아 있기보다 새로운 것을 배워 이메일도 주고받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자랑스러운 노인들, 신식 노인들, 테키 노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20년도 훨씬 지난 옛날에 컴퓨터를 배울 때는 주소록 하나 만드는 데도 간단하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짜고 키 펀치한 카드를 기계에 넣고 돌리면 잘 못되는 일이 많았다. 그러면 디버그(벌레잡기)를 한다고 결함을 발견하여 수정을 수차례 해야 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프로그램을 배우지 않아도 컴퓨터를 쉽게 배울 수 있다. 그래도 젊은이들 보기에 컴퓨터 하는 노인이 신통하게 보이는 것 같다. 아직 늙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칭찬을 듣고도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작년까지 어느 누구도 신통하고 기특하게 보아 주지 않았는데 작년보다 한 살을 더 먹은 것뿐인데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지 모를 일이다.
메디케어 D(처방약) 프로그램이 생긴 이유는 약값이 치솟아 노인들에게 큰 부담이 되었으므로 처방약값을 잡기 위하여 여러 회사들을 경쟁시켜 약 값을 저렴하게 하도록 도입된 제도이다.
처음에는 컴퓨터가 잘 되지 않아서 책자를 펴놓고 일일이 비교를 하여 싼 회사를 찾느라 시간이 많이 소비되었다. 불과 7년 전의 일이다. 그 후 컴퓨터로 비교 검토하도록 시스템이 바뀌었지만 컴퓨터 네트워킹이 잘 되지 않아서 도중에 컴퓨터 단말기와 메디케어 당국(CMS)의 메인 컴퓨터 간 연결이 끊어지면 오랫동안 입력한 정보를 다시 처음부터 입력해야 하는 일도 빈번했었다. 그러나 금년에는 넷 워킹이 잘 되어 처리 속도가 무척 빨라졌다. 청장년 컴퓨터 도사들의 헌신도 돋보였다. 봉사자들의 경험 축적도 큰 도움이 되었다.
봉사하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흐뭇하다. 매년 만나는 컴퓨터 엔지니어도 있고 새로운 봉사자들도 있다. 그들의 봉사하는 손길이 아름답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노인들 돕는 뜻 깊은 일에 쓰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아름다운 일이다.

노세웅
중앙시니어센터 이사